2월 21일 주제 - 모순
矛盾 모순 - 어떤 사실(事實)의 앞뒤, 또는 두 사실(事實)이 이치(理致)상(上)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전국시대(戰國時代) 초나라(楚--)에 무기 상인(商人)이 있었다. 그는 시장으로 창과 방패를 팔러 나갔다. 상인(商人)은 가지고 온 방패를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 방패를 보십시오. 아주 견고하여 어떤 창이라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창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여기 이 창을 보십시오. 이것의 예리함은 천하(天下) 일품, 어떤 방패라도 단번에 뚫어 버립니다.」 그러자 구경꾼 중에 어떤 사람이 말했다. 「그 예리하기 짝이 없는 창으로 그 견고하기 짝이 없는 방패를 찌르면 도대체 어찌 되는 거요?」 상인(商人)은 말문이 막혀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다가 서둘러 달아나고 말았다.
출처 - 디지털 한자사전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창‘과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방패‘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둘 중 하나는 아작이 나거나 최악의 경우 둘 다 작살이 날 것이다. 그러니 저 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은 저 둘의 싸움을 붙이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을 테다. 둘 다 큰돈을 받고 팔아야 하는데 사람들의 부추김에 휘둘렸다가는 낭패를 당할 테니까 말이다. 둘 중 그 어떤 것도 포기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는가?
지금 나는 그 상인의 마음에 너무너무 공감이 된다. 그 어떤 것도 선택하기 어려운 심각한 고민이 오늘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가톨릭 교리 그림책을 만드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는 그 모임에서 <미움전염병>이라는 교리용 그림책을 한 권 만들었다. 올해는 알려지지 않은 성인 성녀에 대한 그림책을 만든다고 한다. 정말 너무 해보고 싶던 일이었다. 그래서 엄청 설레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임시간에 수업이 잡혀버렸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나의 과한 욕심일까? 꿈도 생계도 모두 포기하기 어렵다. 날카로운 창도 튼튼한 방패도 포기할 수 없어 눈만 희번덕 거리던 상인의 마음일 게다. 그 모순된 상황을 상상치도 못한 전개로 헤쳐나간 그림책이 한 권 떠오른다.
스위스의 작가 로렌츠 파울리가 쓰고 카트린 새러가 그린 <누가 더 용기 있을까>
생쥐랑 달팽이랑 개구리랑 참새가 연못가에 모여 누가 가장 용기 있는지 시험을 한다.
개구리는 배가 빵빵해지도록 연잎을 먹고, 달팽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고, 생쥐는 목숨을 걸고 연못 끝까지 헤엄을 친다.
그리고 참새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단다. 그 말을 들은 동물 친구들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다. 아이들에게 이 표정에 말풍선을 만들어 써보라고 하면 비명을 지르거나 참새한테 욕을 하는 아이도 있다. 욕이 나올 만도 하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용기 시험에 최선을 다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 기가 막히는 반전은 지금부터다. 이 시험에서 진짜 용기를 인정받고 승리한 친구는 누구일까?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결과가 당신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들 것이다.
나도 이 친구들과 같은 용기가 필요하다. 과감하게 무언가 하나는 포기할 용기. 진짜 용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