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주제 - 고민
며칠 전부터 엘리베이터 앞에도 현관문 앞에도 반상회 공지문이 붙어있다. 2월 20일 목요일 오후 8시에 옆동 5층에서 한다고 꼭 오라고 한다. 시간을 맞춰 갔더니 5층 집 거실, 주방, 화장실 바닥이 다 뜯겨 있었다. 4층에서 누수가 생겨 보일러가 터진 줄 알고 개방했는데 웬걸. 건물의 상수도 메인 배관이 5층집 거실 바닥에 있더란다. 그 메인 배관이 훼손되어 누수가 생긴 거라 공사비용을 모든 세대가 함께 부담해야 한단다. 엘리베이터의 메인보드도 갈아야 하는데 그 비용도 든단다. 계단 벽에 있는 타일도 깨져서 그것도 수리해야 한단다. 비용이 일단 천만 원은 넘는다고 한다. 그래. 날벼락은 마른하늘에 쳐야 제 맛이지.
나의 고민은 또 있다. 인간관계도 고민이다. 자꾸 묘하게 나를 깎아내리는 지인이 있다. 대체 왜 그러는 건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누가 보면 나를 엄청 싫어하나 보다고 생각할 텐데 그것도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한테 나를 엄청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닌다. 그래서 본인은 나를 위해, 나를 챙겨주려고 그런 것처럼 행동하는데 나는 그게 너무 버겁다. 나한테 끊임없이 ‘당신은 ooo이라서 그런 거 잘 못하잖아.’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이 못하는 것 같다. 인간관계는 참 어렵다.
반백살이 다 되어도 참 어렵다. 인간관계도 어렵고, 의식주 문제를 책임지고 사는 것도 어렵다. 살아있는 한 끝나지 않을 고민이다. 어쩔 수 없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내가 내 감정 폭풍 속에서 익사하지 말고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되어야 긍정적 정서가 주는 기쁨을 에너지로 삼고 부정적 정서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한다.
오늘 함께 보고 싶은 책은 대만의 그림책 작가 천유링의 그림책 <너도 고민이 있니?> 다.
그림이 뜻대로 그려지지 않아 고민인 미나는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다닌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동물들과 대화하는 과정을 보며 아이들도 자신만의 고민해결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은 출간한 지 얼마 안 되었다. 올해 나온 신작이다. 나는 그림이 너무 예뻐 보여 끌렸다. 나의 수만 가지 고민 중 한 가지는 그림을 못 그려도 너무 못 그린다는 거다. 나의 고민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미나에게 동질감도 느껴진다. 작가도 그림을 못 그려 고민이었을까? 하지만 천유링 작가의 그림은 액자에 걸어두고 싶을 만큼 너무너무 이쁘다. 아이옷 디자인으로 해도 너무 이쁠 것 같다. 작가는 이제 그림을 못 그린다는 고민을 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이런 고민이든 저런 고민이든 결국 답은 내가 찾아야 한다. 나도 나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씩씩하게 답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