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며
“선생님, 아이들이 토론하는 내용이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 재미있네요. 그냥 흘려버리기 너무 아까운데 토론한 내용을 엮어서 책이라도 내보시는 건 어떠세요?”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 일까지 벌이기엔 제가 너무 게을러요. 애 키우고 살림하고 수업하는 것만으로도 체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한 어머니의 제안을 에둘러 거절하고 돌아서면서 마음이 내내 무겁다. 이 죄책감은 뭘까?
나는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고, 수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찬데, 대체 왜 또 아이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걸까?
그러면 어쩔 수 없다. 미안해할 시간에 하나씩이라도 써보자. 그렇게 십 년이 쌓이면 또 뭔가가 남겠지.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의 궁금증을 함께 찾고 이야기를 나누는 철학 교사다. 내가 만약 이 직업이 아니었다면 나는 삶을 포기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고맙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즐겁고 행복한 대화를 기록으로 남겨두면서 누군가에게 작은 재미가 되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법에 도움이 된다면 더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