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맘 카페와 북경 맘 카페 어머님들께
“언니, 언니 아들 일기를 내가 아는 대전 사는 언니가 웃기다면서 카톡으로 보내주길래 진짜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대전 사는 사람이 언니 아들 일기를 나한테 보내주지?”
“응. 나는 오늘 우리 동네 맘 카페에 누가 내 아들 일기를 올린 걸 봤는데, 그 사람은 북경 맘 카페에서 퍼왔더라고.”
“언니, 어떻게 된 걸까요?”
“글쎄, 브런치의 힘인가 봐. 당신한테만 보여준 게 아니라 브런치에도 올렸거든.”
“아!”
그 지인에게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었지만, 남편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제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는 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반쯤 들통났습니다. 남편이 트위터에 모르는 사람이 우리 아들 일기를 올렸다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하더군요. 그래서 사실 브런치에 내가 올렸다고 고백했습니다. 남편은 브런치는 승인받은 사람만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모릅니다. 그냥 아무나 올릴 수 있는 줄 압니다. 그나마 천만다행입니다.
아들의 일기를 기왕 퍼가실 거면 글을 좀 통째로 퍼주시지... 아들 일기 이미지만 퍼가시길래 살짝 서운했는데, 덕분에 남편에게 브런치 작가로 글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들통나지 않았습니다. 역시 인생사 새옹지마인 것인가요. 아무튼 제가 왕관을 쓴 괴수로 표현된 아들 일기 이미지가 그렇게 전국을 넘어 중국의 맘 카페까지 섭렵한 걸 보면 나만 괴수는 아닌 거라며, 다들 공감을 하니까 그렇게 퍼가는 거라며 혼자 막 착각에 빠져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그렇죠? 저만 괴수는 아닌 거죠? 그래서 막 공감되시는 거죠? 아니어도 그렇다고 해주세요. 제발~
중국 북경 맘 카페 어머님들~ 그 왕관 쓴 엄마가 바로 저예요!
우리 아들이 부끄러움과 수줍음 많기로 둘째라 그러면 서운해서 그렇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개그맨의 자질을 간혹 보이곤 한답니다.
괴수 엄마 의미 전달은 정말 널리 널리 확실하게 퍼뜨렸네요.
그 아들이 우리 아들이라고, 그 엄마가 나라고 브런치를 대나무 숲 삼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심정으로 고합니다!
그런데, 정말 다들 괴수 엄마인 거죠?
삼시 세끼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다 지쳐 모두 포기하고 그냥 돼지보고 난장판 만들기 형님이라고 부르라며 아이들과 함께 널브러져 있는 거죠?
설마 코로나 때문에 방학이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길고,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데 막 집안도 깨끗하고 반짝반짝 윤이 나고 그러는 건 아니죠?
엄마가 괴수가 되었다고 하던 아들의 오늘 일기입니다.
나만 괴수에 맹수 엄마고 내 아들만 웬수는 아닌 거죠?
아니라고, 우리는 안 그렇다고 하시는 분 계시면 제 귀를 틀어막겠습니다.
“하느님, 저 일이 너무 많고 지쳐서 제발 한 달만 집에서 쉬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거 철회합니다. 통장은 텅장이 되었습니다. 저는 다시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완득이가 똥주 좀 죽여달라고 기도를 한 후, 교회 십자가를 보며 부르짖던 말이 제 입에서도 절로 나오더라고요.”
무슨 기도를.. 씨... 이런 식으로 들어주십니까?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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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만 보신 분들은 걱정이 많으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