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니고 마흔] 여덟 번째 이야기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었고, 장황하고 연극적인 대화들 때문에 이해가 될 듯 되지 않아서 고전하고 있었다.
하도 훌륭하다는 평이 많아서, 읽어보려 노력은 하고 있는데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독서력이 미천해서 고전 읽는 훈련이 안되어서 그런 것인지 인생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그도 아니면 타고나길 머리가 좀 달려서인지 모르겠다.
책을 완독 하기 전에 서평을 찾아보는 버릇이 있다. 남의 것으로 빨리 그럴듯하게 습득하고 알은 체할 때 실수를 줄이고 싶어서인 것 같다. 이 책에 관해 언급한 문서들을 찾아보다, 음~하고 눈길을 끄는 글이 있었는데 그 글을 쓴 이가 김연경이었고 그가 최근에 독서에세이(독서평을 묶은 글?)를 냈다는 걸 알고 냅다 주문하였다.
나는 안 읽은 수많은 고전들을, 두어 장 분량으로 척척 분석해낸다. 짧고 명료한 문장인데 이해가 쏙쏙 된다. 작가의 독서력이 상당하다는 게 문외한인 내게도 느껴진다. 본인의 입으로도 공부를 좋아하는 모범생이라고 할 정도니... 책을 펼치고 그 자신감에 충분히 공감했다.
모든 책들이 마치 내가 직접 읽은 듯 훤하게 다가오지만, <아Q정전>을 쓴 루쉰의 단편들과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편은 가슴 한편을 멍들이는 것처럼 서늘했다. 잔인하고 거북한 현실, 그리고 그 현실에 끼여 '신사' 혹은 숙녀 인척 하는 나 자신. 그것이 문학이란 걸 다시 깨닫는다. 그런 현실을, 덤덤한 화자들을 내세워 참 덤덤하게 써 내려간 위대한 문학가들. 그들 같은 중간자가 없었더라면, 이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였어야 할지...
무거운 것들을 마땅히 짊어지고 가는 길. 그런 게 인생이라고 하나. 본래 없던 그 길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길이 나기도 한다고 루쉰이 말했단다. 그것이, 바로 희망이라는 것과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