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이 어렵다.
긴긴 세월 애정을 쏟고
진심을 나누려 갖은 애를 써봤지만
사람은 어렵고
사람은 힘들다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서로의 언어를 모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어느샌가 나를 보고 있고
어느샌가 곁에 와 제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한숨 같기도 하고 신음 같기도 한
작은 쇳소리를 내고
온전히 기대올 때
아, 이 녀석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구나
나또한 온전히 이 친구를 느낄 수 있다
개박사 개훈련사 같은
타이틀이 없어도
함께 먹고 자고 걷고 뛰는
시간이 쌓여서
이 친구와 나는 어느덧
가족보다 더, 연인보다 더, 친구보다 더
아끼며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람과 개 사이에 선 내가
혹여 야누스처럼 다른 얼굴을 보여줬을까
모르겠다..
나는 항상 나이었을텐데
나를 품어주는 네가
나보다 훨씬,
거대한 너였기 때문이었을 테지
강아지는 때로 내게
바람이고 바다이며 꽃이고 하느님이다
/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