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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Apr 17. 2023

강아지

나는 사람이 어렵다.

긴긴 세월 애정을 쏟고

진심을 나누려 갖은 애를 써봤지만


사람은 어렵고

사람은 힘들다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서로의 언어를 모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어느샌가 나를 보고 있고

어느샌가 곁에 와 제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한숨 같기도 하고 신음 같기도 한

작은 쇳소리를 내고

온전히 기대올 때


아, 이 녀석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구나

나또한 온전히 이 친구를 느낄 수 있다


개박사 개훈련사 같은

타이틀이 없어도

함께 먹고 자고 걷고 뛰는

시간이 쌓여서

이 친구와 나는 어느덧

가족보다 더, 연인보다 더, 친구보다 더

아끼며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람과 개 사이에 선 내가

혹여 야누스처럼 다른 얼굴을 보여줬을까


모르겠다..


나는 항상 나이었을텐데

나를 품어주는 네가

나보다 훨씬,

거대한 너였기 때문이었을 테지


강아지는 때로 내게

바람이고 바다이며 꽃이고 하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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