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한켠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데
어김없이, 어린이 셋이 찾아오셨다.
이곳은 나의 아지트인 줄만 알았건만...
50분을 앉아 있어도 아무도 지나치지 않았는데
역시 동네순찰대 어린이의 눈을 피할 순 없다.
한 여자 친구가 물었다.
-얘 이름이 뭐예요?
(예의 바르시다. 꼭 이름을 물으신다. 그냥 강아지이거나 그냥 개가 아닌 것이다.)
=블랙이요.
-아 까매서 블랙이구나. 너 털이 참 부드럽다. 우리집 인형같아. 너 개인기 뭐야?
=(안타깝다. ㅜㅜ 블랙이는 개인기가 없는, 똥멍충이다. ㅠㅠ) ...
-개인기 뭐냐니까. 너 손 할 줄 알아?
=(아... 대답을 대신 해드려야겠다...난감하다...)
=... 없는데...
-괜찮아. 나중에 크면 너도 개인기 생겨. 크면 너도 뭔가 하나는 하게 돼.
=
(실은 어제 말야..
뭘 잘 모른다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핀잔을 듣고
우울하고 다운돼 있었거든.
가끔은 신께서.. 옆에 계신가..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