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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Nov 27. 2018

리뷰) 최고의 이혼 2

행복 = 기억

행복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다.
<최고의 이혼>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는 오래된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이렇게 전한다.


A: 이 나이에 돌싱 돼서 술 먹고 외박, 별로다. 그치?

B: 다음엔 낮에 보자. 새 보러 가자. 수목원 가끔 혼자 가는데 거기 새들이 많거든. 새들 보면 고요해져. 오늘 즐거웠으니까, 그런 기분으로 가자.


오래 전 연인이었으나 지금은 다른 이와 살다 헤어짐을 겪고 있는, 석무(차태현)와 유영(이엘)은 새벽녘 모텔에서 나온다. 푸른 한기가 깔린, 스산하고 텅빈 거리, '아무 일이 없어서 어색한' 서로를 본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뭐 그렇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그래도 어딘지 참 별로이고 헛헛한 그 마음으로.


그래서 다음엔 한기보단 햇살을 품은 낮에, 인파가 쓸고 간 쓸쓸한 뒷골목보다 본래 사람의 흔적이 없어서 신경쓸 것도 없는 수목원에서. 나답게, 우리답게. 자연스럽게. 함께이고 싶은 마음으로. 산책을 권하고, 따른다. 그게, 그들이 찾은 답이다.


지나간 관계는, 불꽃처럼 타오르지 않는다. 오래 돌아온 시간의 무게는 그들 곁에서 무겁게 가라앉는다.

이미 먼 길에서부터 많은 것들을 새로이 품고 와서, 짜증나고 화나지만 미안하고 고마운 것들이 범벅된 그들 각자의 일상을, 과거의 그들은 나눌 수 없다. 평범한 성격인 그들은, 나의 감정과 욕망이 뭔지 잘 모르고 적당히 착하게, 성실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C: 아무 것도 안했지만 감정은 있다는 거네요. 이하가 아니라 이상이잖아. 감정이 있는데 아무것도 안하는 거는 뭔갈 하는 것보다 더 큰 감정인 거잖아.


그렇다. 돌볼 수 없으나 돌보는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그들의 모순이고 오류다. 그것이 또, 대개의 인간의 삶이다.


B: 가끔 니가 계속 꿈에 나와. 그래서 뭔가 계속 되는 느낌이야. 과거의 나, 과거의 우리... 과거라는 게, 과거 속 사람이 새롭게 돌아올 수도 있을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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