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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Nov 29. 2018

리뷰) 최고의 이혼 3

부부 < 가족 < 관계

남이 가족이 되기도 어렵지만, 가족이 남이 되기는 더 어렵다는 말로, <최고의 이혼>은 예상되는 해피엔딩을 향해 달렸다.


아이없는 부부의 반복되는 투닥거림은 조금은 철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석무(차태현)와 휘루(배두나) / 장현(손석구)과 유영(이엘) 주변인들의 여러 갈래 이야기가 그 틈새를 메워, 다행히 '가족' 혹은 '공동체'란 키워드를 잘 살려내었다.


40년을 함께 산 양가의 부모님은 상대의 결정적인 실수, 참을 수 없는 다름에도 '내가 아니면 누가 저 사람을 챙겨주리', '내가 아니면 누가 내 자식을 거두리'라는 마음으로 참고 져주는 선택을 해오며 가족됨의 진정한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석무의 할머니와 남편의 외도에도 가시밭같은 결혼생활을 유지한 유영의 어머니는 이혼이나 사별이 부부연의 끝이 아님을 보여준다. 상처를 받은 이들이 그후 감내해야 할 자기보호와 홀로서기,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에 대한 용서와 이해가 남은 생의 숙제가 된다는 것을 두 여인은 알고 있다.

그리고 나를 다치게 한 가족이란 끈이, 또한 자신을 살리는 끈이 된다는 것까지도...


이 드라마에선 피를 나누어도 가족같지 않은 사람들은 별거에 성공(?)을 하고, 혈연이 아니어도 가족처럼 돌보는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동거로 함께 둥지를 튼다.


우리가 바라는 따스한 세상이라는 색조 화장을 한 드라마는, 그런 면에서 현실 이혼 커플이 안고 가는 마음의 구멍에 따뜻한 판타지를 채워주기도 할 것이다.


때로 돌아선 이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해지지 않는 차가운 세상의 벽 앞에서, '가끔은 그 선택이 맞았나', '내가 다시 한 번 더 참을 걸 그랬나', '손 내밀 타이밍을 놓친 건 아닐까' 그런 후회로 자기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결혼의 본질은 부부 두 사람이다. 가족이니 서로 끝내지 말자는 것은 당연히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결합이 자연스러웠고 세월의 더께 속에 두 삶이 어울어져 추억을 쌓고 서로를 위해 왔기에, 시나브로 가족이 된 이들이 남이 되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은 아닐 것이다.


쇼윈도 부부로 진심없는 삶을 살지는 말자는 것, 진심이 있는 새 삶을 재생시키자는 의미에서 선택한 이혼은 그래서 최고의 이혼이란 뜻이라는 이 드라마.

부부는 어느새 남남이 만나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영원하지 않기에 소중하다.


모든 관계는 생기고 흩어지고
또 만들어지고 부서지고 그러는 겁니다.
잡을 수 있는 건 자기 마음뿐이죠. 그러니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보세요.
  지금 그 눈빛으로
그냥 그렇게 살면 됩니다.
<최고의 이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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