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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Dec 05. 2018

리뷰) 보통의 존재

<어린 왕자>처럼... 지구 체류기

<보통의 존재> 하드커버


2009년 11월 1쇄
'언니네 이발관' 밴드 리더 출신
작가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지구라는 별에서 그 모든 것이 고통의 여정인 줄도 모르고 태어난 존재에 관한 이야기.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으로 사랑받는, 그 평범하고도 세상에서 가어려운 일 때문 나날이 외로워지는 존재.


점점 원하는 것이 없어지는 보통의 존재들. 그래서 비뚤어지기 쉬운 '우리'. 그런 외로움의 노래를 당신이 쓰고 내가 들을 수 있어서, 우리가 다 그런 보통의 존재들이라는 진실을 함께 위로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인 이 지구.


누구는 이 글이 잘 쓴 일기라고도 하겠지만, '나'를 주인공으로 빌어 지구 체류기를 쓴 한 편의 영혼 여행기와 같다고 생각했다. 김연수의 평처럼.


주인공 '나'는 왜 태어나서 이토록 버둥거리며 생계의 굴레를 지고 타인과의 거리로 끊임없이 외롭고 고통스러워야 하는지 절규한다. 지구에서의 삶이란 다 그렇기에,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독자들은 '좋아요'를 꾹꾹 누르는 것.


삼시세끼 밥 먹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밥 없이는 못 사는 식충이인 것이 우리이듯,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랑충인 것도 또한 우리임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마치, 또 하나의 <어린 왕자>처럼.


언젠가 신촌 대학가에서 열린 고전읽기 소모임에서 한 교수님이 이런 얘길 했더란다. "플라톤에서 니체까지 갈 필요 있나.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그 노래 가사에 전 시대의 철학이 집대성돼 있는데..." 

백만송이 꽃을 피우듯,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사랑하라는 말, 인간이란 존재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을까.




공감 가고 마음 가는 그 많고 많은 이야기 중, 나는 이 작가의 원시적 기원이었을 것 같은 탄생비화, '위대한 유산' 편이 가장 인상깊었다.


<보통의 존재> p.99


"나는 착한 눈이 싫어." 아버지의 착한 눈, 할머니의 넓고 펑퍼짐한 코, 뭔가 판이 벌어지면 그것밖에 보지 못하고 달려가는 어머니의 광기.

이런 것들을 물려받은 '나'는 오랜 물음을 던진 끝에 어느 날, 그토록 달아나고 싶고 회의하던 것들로 나와 내 삶이 이루어져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인 순간, 그 모든 아쉬움들이 그제야 비로소 위대한 유산이 될 수 있었다는 고백.

그리고 이제 그 화려한 유산을 마음껏 쓰는 일만 남았다는 선언. 웃으며, 이 책을 덮는 이유다. 작가는 그후로도 자신만의 필체로 꾸준히 책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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