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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Jan 01. 2020

난주

제주에 간 길에, 대정읍에 있는

정난주 마리아 묘를 다녀온 적이 있다.

12월 한중간인데 봄볕처럼

따사로운 햇살이 드는 바닷가 마을이라서

그녀가 누군지 왜 죽고 왜 추모받는지도 잘 모르면서

그저 위로받는 기운을 느끼고 일상으로 돌아왔었다.


그녀의 이름이 자꾸 맴돌아서

이런저런 글을 찾아보니,

그녀가 황사영의 부인이고 정약용의 조카라서가 아니라

유배된 후 제주에서의 삶이

비참하고 비루한 환경에서 꽃 피운

특별하고 고귀한 생활이었기 때문에

추앙받고 기념되는 것이란 걸  되었다.


그녀는 제주 토호 김석구 집안 노비로 일했는데

김석구의 재혼으로 버려지다시피 한

김석구 전처의 아들, 김상집을

자식처럼 키웠다고 한다.


본디 육지에서도 학식있는 양반가 장녀였으니

어려서 학문과 예의범절을 익힌

서울 여자였던 그녀는

좋은 가정교사이자 유모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김상집을 얼마나 잘 돌보았는지

김상집은 그녀가 죽고 그녀의 친아들을 찾아

부고를 알리고 정 마리아의 장례와 묘를 챙겼다고 한다.


동네에서도 '서울 아줌마', '서울 할머니'로 불리며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하니

관비로 전락, 풍비박산난 삶이었어도

그녀가 얼마나 오롯하고 겸허하게

생의 불행을 감내하고 끌어안아

애민의 큰 뜻을 펼쳤는지 헤아려볼 만하다.


그녀가 이런 대접을 받은 데는

19세기 제주 지역 특유의 개방성과도 관련 있다는데,

일본이나 중국을 오가다 표착하는 외국 선박과

잦은 접촉이 있었던지라

육지보다 외국문명에 덜 폐쇄적일 것이었을 거란

학계의 추측 뒤따른다.


여하튼,

그녀의 삶은 비록 기록으로 남지 않았으나

지난해 한 여류소설가에 의해

소설로 각색되었다.


상상의 결과물이라고 못 박은, 소설 <난주>를

간밤 인터넷 주문였다. 그녀의 삶에서 나는 무엇을 찾고 싶은  걸까?


작가 김소윤은 그녀의 삶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어찌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일상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의 역사를 볼 때 우리 한 명 한 명이나 하루의 삶은 절대 헛되지 않은, 특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들과 하루하루 쌓아온 삶이 지금의 우리가 됐다고 봅니다. 좌절이나 상처도 누군가에는 자산이 될 수 있는 거지요. 정난주 사건은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의 엄청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을 꿋꿋하게 지키고 살아갔습니다. 그런 모습이 제게도 힘이 됐어요. 요즘 현대인들이 많이 힘들어하지 않나요? 정난주가 삶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http://naver.me/xSOCFG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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