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셔터를 누르렴

by againJ

매직아워(magic hour).


퓰리처상을 받은 로이터 통신의 사진작가, 김경훈의 글을 읽다가 눈에 띈 이 단어는 일출과 일몰 전후의 30분에서 60분 남짓한 시간, 즉 가장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효과를 만들어주는 빛의 시간대를 말한다고 한다. 이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카메라에 무엇을 담고 싶은지 미리 생각해 두고 적어도 30분 전에는 그 장소에 가서 기다려야 한다는 건 상식적이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나의 매직아워는 언제일까?

아니, 그런 때가 오긴 올까 잠시 생각했다.

사람이란, 아니 나란 인간은 얼마나 간사한가.

감사한 마음으로 눈을 뜨던 날들도 점점 익숙해지니 또 슬금 불만의 감정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한다.


여전히 조심히 수련하고 있다. 수련실에 조금 먼저 도착해서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며 다짐한다. 제일 중요한 건 다치지 않는 것과 편안한 호흡이라고. 하지만 일단 수련을 시작하면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놓기가 쉽지 않다.


이번 주 수련은 시르사 아사나 변형 동작이 유난히 많은 편이었다. 깍지를 끼지 않고 오롯이 팔로 받쳐 드는 하스타 시르사 아사나나 한 발 더 나아가 고개를 아예 드는 핀차 마유라사나까지. 공작이 춤을 추는 형상 같다는 우아한 핀차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여전히 깍지를 끼고 하는 살람바 시르사 아사나조차 완전히 편안한 상태는 아니라서 하스타 시르사 아사나를 벽에 대고 몇 회 연습하고 핀차를 하기 위한 준비 자세(팔꿈치까지 바닥에 고정한 채 고개를 들고 천천히 돌핀 자세로 접근)를 해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흘깃 다른 수련생들과 비교하게 된다. 저 사람이랑 나랑 비슷했는데, 나도 아프지 않았다면 해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싶어 아쉽고 지금 괜찮은 것 같으니 조금 더 나가볼까 망설인다. 그러다 호흡이 불안정해지거나 머리에 압이 오르는 것 같으면 덜컥 겁이 나서 얼른 멈춘다. 다른 분들이 수련을 이어 나가는 동안 혼자 먼저 아기 자세나 사바 아사나로 호흡을 가다듬고 있자면 가빠졌던 호흡이 안정되면서도 한편 속이 상한다.


내가 핀차를 해낼 날이 과연 오긴 오는 걸까? 난 그냥 여기까지인 사람은 아닌가?


이런 날, 20년이 넘은 베테랑 사진작가의 따뜻한 조언은 조금 위안이 된다.


"인생에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은 맞는 것 같은데, 그 타이밍은 참 많이 찾아오더라. 오늘 새벽에 매직아워를 놓쳤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저녁 해 질 무렵에 다시 매직아워를 볼 수 있고, 내일도 해는 뜨고 또 질 테니까. 인생의 때를 놓쳤다고 초조해하지 말렴. 결정적 순간을 놓쳤으면 다시 한번 셔터를 누르면 된단다."


김경훈,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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