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민낯

by againJ

요즈음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의 깔끔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깨고 소탈한 라이프 스타일을 공개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모 아나운서를 생각한다. 그동안 워낙 화려하게 보이는 방송인들이 많아 그런지 그의 소탈을 넘어 다소 독특한 생활 방식들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더 이상 '척' 따위는 통하지 않는 세상인가보다.


내겐 요가 또한 그런 세상이다. 수련 중에는 내 현재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2주 동안 연휴에 컨디션이나 날씨도 나쁘지 않아 외출이나 약속들이 많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주 3회 수련은 했었으니 괜찮겠지 믿었는데 2주 만에 월요일 원장님 빈야사 수련에 들어갔더니 확 벅찬 느낌이 들었고 수련 후반부에는 다리 힘이 풀려 버렸다. 사이드 플랭크부터 한 다리를 한쪽 어깨에 지지하듯 기대고 앞 뒤로 다리를 뻗어든 채 팔 힘만으로 몸 전체를 들어 올리는 에카 파다 코운딘야아사나 같은 고난도 동작들을 제대로 해내지도 못했는데 시도한 것만으로도 오늘까지 온몸에 심한 근육통을 느낀다.


이 상태에서 오늘 수련도 유난히 가슴을 열고 팔 힘을 기르는 아사나 동작들이 많아 매 순간 고비였다. 여전히 시르사 아사나에서 목과 머리를 짓누르는 느낌이 있는 것도, 팔을 완전히 펴는 코브라 자세인 부장가 아사나보다 오히려 팔을 구부려 팔꿈치를 조이는 힘으로 몸을 반만 일으켜 세우는 반 부장가 아사나가 더 힘든 건 그날의 컨디션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팔꿈치를 누르는 힘이 부족해서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라자카포타 아사나에서 머리와 발끝이 닿을 듯 여전히 닿지 못하는 건 가슴과 디스크 직전인 일자목이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아서라는 것도.


어느 날 선생님의 도움이나 컨디션이 좋아 운 좋게 한번 성공을 하면 내 상태는 거기라고 믿고 싶어진다. 하지만 버텨서는 결국 어느 단계를 넘어가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고 이명 이후 최근 내 상태가 그렇다.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못한 거라 솔직히 인정하는 건 여전히 어려워 다른 핑곗거리를 대고만 싶다, 불만족스러운 짜증을 가득 담아.


하지만 원장님은 우리가 요가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몸의 교정이나 치료가 아니라 깨닫는 데 있다 하셨다. 내 지금 상태를 인지하고 깨닫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수련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 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척' 하는 인생은 재미없으니. 더 멋져 보이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용기가 있다면 나의 민낯 들여다보기 또한 꽤 유쾌한 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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