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스틸)영

by againJ

노아 바움백 영화를 좋아한다. 현실에서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발견하고 유머와 위트도 놓치지 않는다. <위아영>도 마찬가지. 며칠 전 뒤늦게 봤는데 아무래도 그의 영화 중에서도 최애 리스트에 넣게 될 것 같다.


애가 없다는 점만 빼면 꼭 나 같았던 40대 초반의 조쉬(벤 스틸러)와 코넬리아(나오미 와츠) 부부 이야기에 특히나 공감했다. 큰 문제는 없으나 다소 무미건조했던 그들의 삶에 나타난 감각적인 20대 부부에게 자극받아 자전거를 타다 관절염을 발견하고 친구 따라갔던 키즈 프로그램에 충격을 받고 차라리 젊은이들 힙합 클래스에 가서 혼자 막춤을 추는 장면에선 큭큭 공감의 찐 웃음이 났다.


반면 조쉬는 사기로까지 느낀 세대차를 극복 못하고 상처 입었을 때는 함께 속상했다. 첫 작품 이후 8년째 한 다큐멘터리에 매달리고 있는, 과정을 중시하는 조쉬에게 젊은 감각과 성공에 대한 야망으로 거짓과 조작이 섞인 다큐를 빠르게 세상에 내놓는 제이미(아담 드라이버)는 사기꾼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꽉 막힌 꼰대 조쉬보다는 매력적인 MZ 제이미 편이다.


감각적인 이미지와 정보를 빠르게 잘 편집하여 공유하는 게 중요한 시대에 인스타그램도 블로그처럼 하고 있는 나는 점점 따라잡기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오래 묵힌다고 딱히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지도 못하면서 속성으로 만들어 소비하는 감정과 생각들은 진짜가 아니라고 폄하하던 내가 곧 조쉬였다.


요가에서도 그랬다. 수련실에서 나이는 속일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말린 어깨와 가슴의 변화는 미미해 후굴 자세마다 한계에 부딪히고 드위 파다 비파리타 단다 아사나에서 간신히 버티는데 한결 수월하게 해내는 옆자리 젊은 수련생을 흘끔거린다. 수련 기간이 훨씬 짧아도 그들은 유연성과 근력이 좋고 대체로 더 빠르게 숙련자가 된다.


sns 젊은 요기니들을 보면 더 놀랍다. 의심의 눈초리로 삐딱하게 쳐다보지만 탄탄한 몸매와 아름다운 아사나 동작들, 무엇보다 일찍부터 수련을 시작했다는 게 부러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게 사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들은 정보 검색과 습득이 빠르고 기록과 공유도 훨씬 적극적이다.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기획력도 좋다. 잠시 아직은 나도 괜찮아 생각해 보지만 이내 정말 젊으면 이런 생각 자체를 안한다는 현실 자각 타임을 맞는다.


영화는 누가 옳다거나 무엇이 맞다 말하지 않는다. 어떻게 늙어갈지 궁금했는데 지금 보니 남들과 똑같다는 20대 다비(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씁쓸한 고백처럼 우린 모두 다르고 비슷하다. 얄밉게 보였던 제이미에게도 젊기에 필연적으로 겪는 불안과 결핍이 깔려 있을 거란 걸 안다.


더 이상 제이미 부부와 비교하지 않고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기로 한 조쉬 부부처럼 한 때는 실제로 젊었고, 오늘이 그래도 남은 인생 중 가장 젊으니까 우리 모두는 늘 젊고 또 매일 새롭다. 그러므로 계속해서 나아가보는 거다. 젊기에 여전히 자주 실패하고 어리숙하다는 걸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작은 실패에 너무 위축되지 않고 조금은 열어둔 결말을 보는 심정으로.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조쉬 편이라 가능하다면 그 과정은 공정하다면 좋겠지만. 위아(스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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