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발 끝 차이

by againJ

이번 주엔 수련에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 시르사 아사나(머리서기)에서 다리를 반 접어 ㄱ자 모양으로 만드는 우르드바 단다 아사나가 가능해진 것.


여전히 시르사 아사나에서 머리와 목이 눌리는 느낌도 있고 시르사 아사나로 접근하는 돌핀 자세에서 이미 다리를 펴서 끌어올리지 못하고 접어 올리고 있는 상태였다. 나름 정성 들여 플랭크 동작을 해나가며 부족한 상체와 복부의 힘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르사 아사나로 들어가면 갑자기 백지상태가 되었다. 힘이 부족해서겠지?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 거지? 얼마나 더 힘을 키워야 하는 거지?


오래 헤맸는데 변화의 시작은 최근 아쉬탕가 수련을 함께 하고 있는 새로운 선생님의 한 마디였다.


"다리를 접는다 생각하지 마시고 골반을 뒤로 민다고 생각하세요."


아하 모먼트였다. 이제껏 다리를 반듯하게 접어 ㄱ자로 만드는 데 집중했기에 다리를 끌어내리다 중간에 멈춰 떨어뜨리지 않는 게 어려웠다. 다리가 감당할 수 없이 무겁게 느껴졌고 휘청거리다 복부 힘이 풀리면서 툭 떨어지곤 했던 것이다. 다리가 아니라 골반을 중심으로 천천히 뒤로 민다 생각하고 접근하니 다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왔고 전처럼 버겁지 않았다. 뭐야, 소음인 체형이라 그런 게 아니었잖아?


"힘을 풀지 말고 발 끝을 되도록 곧게 세워요. 중심축을 단단하게 세울 수 있어야 몸을 컨트롤할 수 있어요."


탄력 받은 수련을 이어 나가야지 싶었다. 그다음 수련에서 원장님의 이 조언에 비로소 내가 시르사 아사나에서 발 끝 힘을 풀고 있다는 걸 자각했고 발 끝을 살짝 치켜세워 올리자 자연스럽게 복부까지 힘이 들어갔다. 다리를 반 접는 하프밴드. 다시 펴서 시르사 아사나로 갔다 천천히 복부 힘으로 끝까지 돌아오기. 성공!


결국은 발 끝 차이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정도의 아주 미세한 차이. 그 차이가 어디에 힘을 두고 풀어야 할지 몸 전체를 재정렬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우르드바 단다 아사나가 조금씩 편안해지고 있다. 꾸준히 수련을 해나가다 보면 언젠간 시르사 아사나에서 후굴로 넘어가는 시르사 파다 아사나도 가능할 날이 올 것만 같은 희망도 생긴다.


시몬 베유는 가장 큰 희열은 가장 온전히 주의를 기울였을 때 찾아온다 했다. 그녀가 주장하는 '극도의 관심'이 이런걸까. 주의가 작은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가 점진적으로 큰 흐름을 만드는 것이라는 걸 온 몸으로 체득하며 행복하게 사바 아사나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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