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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inJ Nov 21. 2023

왜라고 묻지 않는다

왜라고 묻지 말아야 한다. 이유를 찾을 땐 사실상 상황은 끝난 것이다. 가령 왜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지라고 생각할 때 그 사랑은 이미 끝났다는 말이다. 사랑은 그냥 하는 것이지 이유를 찾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가 삶에서 자꾸만 이유를 찾는 건 삶이 그만큼 겉돌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감히 장자를 거들먹거리기에는 너무도 무지렁이 수준이라 조심스럽지만 며칠간 이 가르침을 생각했다. 야밤에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철학자 강신주의 장자 수업에서 듣게 된 내용이다. 거의 습관처럼 왜라는 내적 외침을 달고 사는 나로선 뜨끔한 말들이었다.


어쩌면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글을 썼는데…… 삶은 왜 결코 쉬워지지 않나, 당신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했을까, 왜 우리는 여기에 있는가 등 여전히 이해불가한 크고 작은 질문들에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무언가 끄적여왔다.


이렇게 오랫동안 수련을 해왔는데 우르드바다누라는 왜 여전히 편안하지 않나? 왜 요가가 좋은가? 왜 지도자과정을 굳이 해야 하지? 등등 요가를 하면서도 나란 사람은 끊임없이 이유를 찾곤 했다. 때론 그냥 흐름에 맡겨 보라는 선생님의 조언은 모호해서 어렵고 낯설었다.


되도록 실수를 줄이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꼼꼼히 메우기 위해 애쓰는 게 합리적이고 당연하다 여겼다. 집요하게 왜라는 질문에 파고들어야 제대로 잘 사는 것 같기도 했다.


이런 내 모습이 어쩌면 겉돌고 있는 상태였다는 걸 장자로부터 깨닫는다. 잘 사는 건 오히려 이유를 찾지 않는 삶이라고 위대한 사상가는 말하니까.


수련도 그냥 하는 것이다, 흐름에 맡기며. 자꾸만 분석하려 했던 건 그만큼 완전히 나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했다는 반증이었나 보다. 아사나를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서 빠져나와 마치 제3의 눈으로 나를 지켜보듯 수련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신주는 그의 강연에서 이유를 찾는 사람은 평론가는 될 수 있어도 시를 쓰지는 못한다 했다. 위대한 평론가보다는 차라리 한 줄이라도 자기만의 문장을 쓰려고 애쓰는 시인처럼 살아보고 싶어 진다. 이유를 찾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순간에 온전히 충실한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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