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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에게 이로운 존재들

210629

by 이건우

그 악명높은 스피노자의 『에티카』 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스티븐 내들러의 훌륭한 에티카 개론서를 읽었다.

스피노자는 윤리 전공자로서 접할 기회가 꽤 있었지만, 주로 ‘신=자연=실체’의 형이상학이나 감정론, 그리고 행복론, 그러니까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영역들을 개략적으로 공부해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에티카』가 에티카, 그러니까 ‘윤리학’인 이유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었다. 스피노자는 자신의 실존을 보존하기 위한 투쟁 속에서 고귀하게 빛나고 있는 윤리를 발견한다. 내가 이번에 발견한 가장 귀중한 수확은 이것이다. 내들러의 말을 빌리자면,

“어떤 사람이 이성에 의해 인도되는 한, 그는 자신의 본성, 즉 인간 본성에 좋은 것만을 한다. 그렇지만 이는 틀림없이 그가 다른 모든 사람과 공통으로 가진 것이다. 따라서 덕 있는 사람이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이다. (…) 덕 있는 사람은 모든 이들에게 좋은 이성적인 것들을 추구하고, 존속을 위한 인간의 노력을 돕는 방식으로 행위한다.”(397)

스피노자는 ‘코나투스’를 기반으로 하는 이기주의 윤리를 제시하지만, 그의 거대한 형이상학적 체계를 통해 오히려 인간들 간의 연대와 협력을 고무할 수 있게 된다. 덕 있는 삶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이로운 것이고, 나에게 가장 이로운 것은 또한 다른 인간들에게도 이로운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신의 영원한 필연성을 바탕으로 공통의 본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덕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추구하는 선/좋은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욕망한다.” (4부 정리37)

우리는 늘 자신의 선을 욕망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늘 타인의 선도 욕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에 따라 사는 우리 인간은 모두 본성상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연대할 수 있고, 이렇게 연대한 우리는 각자보다 더 강한 하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에게 사람보다 더 이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4부 정리18 주석)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이로운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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