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왈왈 아파트 관리사무실입니다.(11)

11화 문 좀 열어주세요 - 마지막회

by Raindrops

"어르신 이 도어록 부수는데 동의하시는 거죠? 문에 상처가 날 수도 있습니다. 어르신 동의하시는 거죠?"


소방관 3명이 왔다. 한분은 선임자인 듯 이것저것 물어본다.


"원래 경찰에 먼저 신고하시고 경찰입회하에 문을 열어야 하는데 관리사무실에서 신원을 아신다고 하니까 열어드리는 것이에요. 이분은 여기 혼자 사세요?"


"예 혼자 살고 계십니다"


"어르신 이름이 뭐예요?"


소방관 한 명은 어르신 신상에 대해 조사하는 동안 두 명의 소방관은 커다란 제거장비를 가지고 능숙한 솜씨로 도어록을 제거했다. 도어록을 제거하는 일은 자주 해서 그런지 그냥 아무 일도 아닌 듯 끝내버렸다.


"어르신 여기 도어록은 제거했는데 여기 테이프로 붙여놓지 않으면 잠겨서 또 못 들어가시게 돼요. 그리고 내일이라도 당장 도어록업체에 전화하셔서 수리하셔야 돼요!!"


김반장은 관리사무실로 돌아와 녹색테이프를 찾았다. 그리고 그 테이프를 할아버지 현관문에 붙였다. 혹시나 또 잠겨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소방관들은 신고자가 누군지 물어보고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소방서로 나와서 진술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소방관들이 돌아가고 나서 김반장이 어르신에게 말했다.


"어르신 이제 집에서 주무시게 되어서 좋아요? 왜 문을 부수고라도 집에 들어가려고 하셨어요? 아까 열쇠가게에서 왔을 때 열어달라고 하시지 벌써 5시간이나 지났는데 혼자 문여신 다고, 문 부신다고 얼마나 힘드셨어요?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신 거죠?"


"요즘은 매일 깜박깜박해... 비밀번호가 갑자기 생각이 안 나. 그래도 조금 지나면 생각이 나서 비번을 눌렀는데 안 열리는 거야. 그래서 이것저것 다해봤는데도 안되더라고. 어떻게 하겠어.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어디 다른 데 가서 잘 수도 없잖아, 변변치 않은 집이지만 여기가 내 집인데"


"관리사무실에서 주무시고 내일 열었으면 이 밤에 이렇게 고생 안 하셨을 텐데요"


"나이가 먹을수록 집에서 잠은 자야지. 그리고 다른 데서 잔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 무섭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내 집이 아니면 아마......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그래서 집에서 자야 돼"


"이제 집에 들어가셨으니까 편히 주무세요. 그리고 도어록 비밀번호 말고 열쇠를 여는 것으로 바꾸셔야 할 것 같아요. 또 비밀번호 잊어버리셔서 문 부실수는 없잖아요"


"오늘 소방서에 신고해 줘서 고마워. 난 이런 일로 소방서에서 올 줄을 몰라서"


"저도 오는지 몰랐어요. 저는 어르신이 위험할까 봐 부른 것이에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다음날 아침 어르신은 또 119로 신고를 했다 집을 나왔다가 문이 또 닫힌 것이다. 그런데 119에서 같은 일로 두 번 출동은 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열쇠가게에 전화해서 문을 수리하고 들어가셨다고 한다.


내가 살아온 모든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어떨까? 지금 현재 순간의 내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게 소름이 끼친다. 그런데 실제로 그 상황을 맞닥트린 어르신들은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살지 않고, 아프기 전에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