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젯밤에 전화해서 윗집에 말해달라고 했는데, 도대체 관리실에서는 관리비 받으면서 뭐 하시는 거예요?"
관리실에서 뭐 하냐는 말은 들어도 들어도 적응이 안 되는 말이다. 앞뒤 내용도 없이 다짜고짜 하는 말에 김반장은 무슨 얘기인지 다시 물었다.
"어젯밤에 무슨 일로 전화하셨나요? 어제 근무자에게 전달을 못 받았습니다."
"아니 관리실은 서로 인수인계를 안 하는 건가요? 위층에 전화해 달라고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결국 관리실에서 연락을 안 해서 지금 누수공사하다가 전기까지 안되고 있잖아요, 공사하는 동안 물 쓰지 말라고 전화해 달라고 했는데 안 하신 건가요?"
내용을 모르는데 무조건 화부터 내는 입주민을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용인즉슨 어젯밤에 관리실에 전화를 해서 오늘 아침에 누수공사를 하니 위층에 전화를 해서 물을 쓰지 말라고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위층에서 물을 써서 누수공사를 하다가 전기까지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다.
"위층에 전화해서 물 쓰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보통의 경우 공사를 하는 아랫집이 위층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거나, 공사를 진행하는 하자보수팀에서 위층에 가서 설명을 해주면 되는 일이다. 관리실에 전화해서 위층에 전달해 달라는 말은 결국 위층과 아래층이 서로 불편한 관계라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연락도 못하면서 관리사무실에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마치 당연한 일인 것인 양 명령한다.
"안녕하세요. 관리사무실입니다. 아래층에서 전화가 왔는데 오늘 오전에 공사 때문에 물 사용하지 말라고 연락드렸다는데 혹시 물 사용하셨나요?"
"뭐라고요? 지금 저희가 물 썼다고 하는 건가요? 확인해 보셨나요? 확인도 안 해보고 뭐 하시는 것인가요?"
위층 입주민이 전화를 받자마자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유인즉슨 물을 썼는지 안 썼는지 확인도 안 하고 썼다고 단정하고 전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대 간의 일에 관리사무실에서 왜 한쪽 편 말만 듣고 말을 하냐는 것이었다.
순간 김반장은 이 상황이 잘못됐다고 느꼈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네 확인 못하고 전화드린 것은 죄송합니다. 아래층에 누수공사를 하다가 전기까지 문제가 생겼다고 전화가 와서 연락드린 것입니다."
"죄송하면 다 인가요? 우리 물을 썼는지 안 썼는지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왜 한쪽 말만 듣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관리실에는 민원대응 매뉴얼도 없나요?"
"죄송합니다. 물을 썼는지 확인하지 않고 전화드려서 불편하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러니까요. 확인도 안 하고 전화해 놓고, 제가 화내니까 죄송하다고 하면 다인가요?"
김반장은 화가 났다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거듭되는 죄송하다는 말에도 계속 화를 냈고, 전화통화가 길어졌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죄송하다고 하는데,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확인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몇 번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게 죄송한 사람의 태도인가요? 지금 관리실인가요? 지금 갈게요"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관리실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