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왈왈 아파트 관리사무실입니다.
"관리사물실이죠? 여기 OOO동 OOO호인 데요. 담배냄새가 화장실 쪽으로 넘어 들어와서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조치가 안될까요?"
"네 우선 세대 내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안내방송 해드리겠습니다. 담배는 어디서 피우는지 알 수가 없어서 방송안내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네 그럼 우선 방송 부탁드릴게요"
김반장은 방재실에 있는 방송프로그램 컴퓨터 앞에 앉아 담배냄새와 관련된 방송 내용을 찾아 OOO동에 방송을 시작했다.
"최근 들어 세대 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세대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상은 관리사무실에서 안내말씀 드렸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민원전화 1순위가 층간소음이면 2순위는 담배 관련 민원이다. 층간소음은 위아래층간에 문제이기 때문에 대상이 명확한 반면 담배는 누가 피우는지 알기가 쉽지가 않다. 아파트 화장실 환풍기가 한 라인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세대라도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어디서 그 냄새가 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띠리리링~" 좀 전에 담배냄새 때문에 전화 온 세대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방송은 잘 들었는데요. 지금 또 담배를 피우는 것 같아요. 와서 확인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네 저희가 담배냄새가 안 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가서 확인한다고 해도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느 세대에서 피웠는지 우선 알기가 쉽지 않고, 만약에 가서 물어본다고 해도 안 피웠다고 하면 조치할 방법이 없습니다."
"말씀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와서 한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담배 냄새가 너무 심해서 화장실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네 그럼 알겠습니다. 지금 세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세대민원의 특징 중 하나는 관리실 직원이 세대에 방문해 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방문을 해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방문을 해달라고 한다.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확인받고 싶은 심리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대체로 관리사무실로 전화를 거는 세대는 세대 방문을 통햐 문제를 해결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세대의 문제는 세대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관리사무실은 공용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직원이 상주하는 것이다. 세대 내에서 일어난 문제는 기본적으로 세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공용 부분의 문제로 세대가 피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관리사무실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세대 내에 등이 안 들어오거나, 문이 망가지거나, 콘센트가 안된다거나 모두 다 세대가 직접 수리하던지, 아니면 관련 업체를 불러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관리사무실 직원은 세대에 수리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대 내 물건은 기본적으로 입주민의 재산이기 때문에 관리사무실 직원이 함부로 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수리를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김반장은 오주임에게 세대에 들렸다오겠다고 말하고 세대 방문을 했다.
"띵동~ 띵동~"
"누구세요?"
"관리사무실에 나왔습니다."
"네 들어오세요. 여기거든요? 한번 냄새 좀 맡아보세요!"
김반장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담배냄새를 잘 맡는 편이다. 이 세대에서는 심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담배 냄새가 화장실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네 냄새가 나긴 하네요~ 아까 전화로도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방송 밖에 없습니다. 게시판에도 세대 내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공고도 해놓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개개인이 이기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것이라서 어떻게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관리실로 가면 다시 한번 방송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사가던지 해야지 담배냄새 때문에 신경 쓰여서 살 수가 없어요~. 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가시면 방송 한번 다시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냄새가 너무 힘들면 환풍기를 막아 놓으시면 좀 덜하긴 합니다."
김반장은 관리사무실로 돌아와서 다시 한번 세대 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방송을 했다.
한 달쯤 지난 후 담배민원으로 자주 전화했던 세대는 이사를 갔다. 결국 담배냄새를 해결하지 못하고 이사를 선택한 것이다. 이사 간 그곳에서는 담배냄새 때문에 고통받지 않는 집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