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여기는 왈왈 아파트 관리사무실입니다.
"OOO동 OOO호입니다. 위층에서 아이가 뛰어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안될까요? 지금 시간이 밤 10시가 넘었는데, 쿵쾅거려서 너무 힘드네요. 위층에 연락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우선 인터폰으로 연락드려보겠습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안녕하세요~~ 관리사무실입니다. 아래층에서 민원이 들어와서요. 혹시 아이가 뛰어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저희 집 애들은 이미 잠들었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조금 후에 또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좀 전에 층간소음문제로 전화 왔던 세대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짜증 섞인 말투로 얘기한다.
"OOO동 OOO호입니다. 위층에 연락해 보셨나요? 아직도 계속 뛰어다니는데 시끄러워서 쉴 수가 없습니다."
"네 인터폰 드렸는데, 아이들은 다 자고 있다고 합니다."
"자는데 이렇게 뛰어다닐 수가 있나요? 직원분께서 와서 저희 집에 오셔서 한번 들어보시면 안 될까요?"
"층간소음 문제는 꼭 바로 위층에서 나는 소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위층은 아이가 자고 있다고 하는데 저희가 어떻게 더 해드릴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계속 불편하시면 내일 관리실에 오셔서 소장님이나 과장님 하고 상담해 보시면 어떨까요?"
"네 우선 알겠습니다."
관리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 중에 가장 많은 민원 전화는 바로 층간소음 문제이다. 층간소음은 아파트의 구조적인 문제가 첫 번째 문제이고, 두 번째는 이웃 간의 배려가 없는 행동이다.
우선 아파트가 처음부터 층간소음이 없거나 적은 아파트로 지어졌다면 아마 층간소음에 대한 민원은 엄청 줄어들었을 것이다. 원자재 상승에 따른 건축비를 아낀다는 명목으로 아파트를 짓다 보니 아파트마다 층간소음에 대해 차이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중에는 특별히 층간소음에 취약한 아파트가 있다. 두 번째는 위 아랫집 두 집 사이의 관계 문제이다. 원래부터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을 가만하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많다면 크게 문제가 안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불편함을 말한다면 아마도 위 아랫집 간에 큰 분쟁과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아래층 입주자는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아래층은 위층에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집의 아래층에 피해를 줄 수는 있지만 위층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못한다.
그래서 아래층은 위층으로 올라와서 해코지를 하는 경우도 많다. 문을 걷어찬다거나, 낙서를 한다거나, 아이가 있으면 아이를 위협한다거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위층에 물리적 실력행사를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고, 조금만 소리가 나도 위층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문제해결을 하려고 하다 보니 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위층 나름대로 층간소음을 대비하여 매트리스도 깔고, 걸을 때도 조심조심 걷고,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교육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층도 층간소음으로 아래층과 불편한 관계를 맺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층간소음 문제는 아파트에서 이웃 간에 불편함을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이다.
다음날 어제 층간소음으로 전화했던 입주민이 소장님을 찾았다. 60대 정도로 보이는 두 명의 여자였다.
"소장님! 소장님 저희 집에 오셔서 들어보셔야 돼요. 도저히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습니다."
"김반장님 오늘 이 세대에 가서 소음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네! 저녁에 오주임님과 함께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저희도 윗집에 찾아가서 얘기도 하고, 부탁도 하고, 확인도 했는데 자기들은 계속 아니라고 해서요. 꼭 와서 들어보셔야 돼요!!"
"네 오늘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날 저녁 오주임과 김반장은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세대를 방문했다. 아이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소리가 쿵쿵거리며 들렸다.
"이렇게 뛰어다녀서 잠도 못 잔다니까요!!"
"오 주임님 제가 위층으로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띵동~ 띵동~"
"관리사무실에서 나왔습니다. 아랫집에서 아이가 뛴다고 확인해 달라고 하셔서 잠시 확인 좀 해도 될까요?"
"저희도 정말 미치겠습니다. 여기 좀 보세요. 다 매트리스 깔아놓고 생활합니다. 그리고 아이들한테 조금만 뛰어도 뛰지 말라고 너무 많이 혼내서, 아이들한테 미안하기도 해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아랫집이 너무 예민한 것 아닌가요? 아파트가 이렇게 생겼는데, 어떻게 더 조용하게 살아요!!"
"혹시 지금 아이들이 뛰지는 않았나요?"
"안 뛰었습니다."
"윗집에서 확인했는데, 윗집 아이들은 뛰지 않았다고 합니다. 윗집에 가서 보셨겠지만 매트리스 깔고, 아랫집에 피해 안 주려고 애쓰고 계시던데요~~"
"아~~ 들어보세요. 안 시끄러운지. 이사를 가야 하는 건가요?"
"저희가 보기에는 아파트가 워낙 층간소음에 취약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희가 윗집에도 말씀을 드렸고, 관리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층간소음분쟁위원회라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연락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럼 와서 소음도 측정하고, 위 아랫집에 확인해서 정말 층간소음문제면 관련해서 해결방안을 주실 것입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층간소음문제는 윗집도 아랫집도 해결할 수 없는 힘든 문제이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생각과 행동이 있어야 해결될 수 있다. 같은 아파트라면 모든 집에서 층간소음을 느껴야 하는데, 유독 시끄러운 집이 있고, 유독 층간소음에 예민한 집이 있다. 결국 이웃을 누굴 만나느냐가 층간소음문제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층간소음이 안 생기도록 아파트를 지으면 가장 좋을 것이지만, 그것을 기대하고 아파트에 살기는 쉽지 않다. 아파트를 벗어나서 단독주택에 사는 것이 층간소음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랫집은 분쟁조정위원회에 층간소음문제 해결을 위해 신청을 했고, 지금도 관리사무실에 층간소음 때문에 힘들다는 전화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층간소음문제에 있어 관리사무실은 제삼자라는 것이다. 관리사무실에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고, 결국에는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관리사무실은 그저 안내를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실에 전화해서 화풀이를 하는 세대도 있고, 관리실의 관리 부족이라고 생각하는 세대도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행동과 생각도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전처럼 이웃사촌은 아니더라도 이웃 간에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층간소음은 불편한 소리가 아닌 정다운 소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