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여기는 왈왈 아파트 관리사무실입니다.
"OOO동 OOO호 입주민입니다."
아파트관리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의 첫마디는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 물론 자신을 밝히지 않고 불만부터 쏟아내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보통은 최소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힌다.
처음전화하는 사람이든, 자주 전화했던 사람이든 자신을 밝히기에 앞에 인사말은 없다.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가 아닐까? 하지만 관리사무실로 전화하는 입주민중에 인사를 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인사를 안 하는 이유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첫 번째로 전화한 이유가 자신의 불만을 말하기 위해서 전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관리실에 전화하는 사람들은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를 안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두 번째 관리실에 전화하는 사람들은 관리실 직원들이 자신들이 낸 관리비로 운영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직원에 대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말한다. 자신의 민원이 해결이 안 되면 이런 말을 한다.
"관리비 받아서 뭐 하는 거예요?"
사실 관리실에 자주 찾아오거나 전화하는 세대는 전체 세대의 10~20%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나머지 80% 이상의 입주민들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80%의 관리사무실에 관심 없는 아파트 입주민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민원 전화를 자주 하는 입주민의 이야기이다. 아마도 관리사무실의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는 입주민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 수도 있고, 너무 과장된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입주민이 관리실 직원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식'이라는 범주를 벗어나는 사건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소 직원들의 인간미 넘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람이 모이면 어디든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아파트라는 공간에도 사람이 함께 살아가야 할 규칙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이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가며,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인지 생각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