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주차단속은 하는 건가요

여기는 왈왈 아파트 관리사무실입니다.

by Raindrops

"따르르릉~ 따르르릉~"


아침 일찍부터 전화가 왔다. 보통 아침에 오는 전화의 대부분은 주차 관련 민원이 많다. 아파트 살다 보면 주차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 지금 장난하는 건가요? 주차딱지를 누군 붙이고 누군 안 붙이고, 이거 떼다가 차량 유리 긁혔는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 네 지금 선생님이 주차하신 자리가 안내해 드린 이중주차 위반지역이 아닌가요?"


"그럼 어제 여기 주차되어 있는 차에는 주차딱지가 안 붙어 있던데, 왜 제 차에만 붙이는 건가요?"


"선생님 차량만 특정해서 주차딱지를 붙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제 차량은 주차단속 이후에 들어온 차량이라서 경비대원님들이 주차딱지를 붙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차단속을 몇 시에 하죠?"


"새벽 6시, 아침 10시, 밤 12시에 하고 있습니다. 아마 어제 주차딱지가 붙지 않는 차량은 12시 이후에 들어온 차량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붙여놓으시면 이거 떼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십니까? 내가 여기 입주민이 아닌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세게 붙여놓으시면 어떡합니까? 늦게 와서 주차할 곳이 없어서 주차한 건데, 유리창 훼손된 부분에 있어서 손해배상은 누구한테 말하죠?"


입주민차량에 주차단속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사실 황당한 일이다. 내가 내 집에 주차를 했는데 주차를 잘못했다고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항의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주차할 공간은 적고 주차할 차량은 많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방법일 수밖에 없다.


보통의 아파트는 주차공간을 1.5 정도로 확보한다. 특히 요즘 짓는 아파트는 주차공간의 크기를 더 확대해야 한다. 1 가구 2 차량을 넘어 3 차량을 가진 집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4인이면 가족 4명이 모두 차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김반장이 있는 아파트는 주차공간이 1.28로 -가구에 2대가 있어도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 그렇다 보니 저녁 8시만 되면 주차장은 만차가 되고 이후로 들어오는 차는 이중주차를 해야 한다. 그래서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이중주차할 구역을 정해 놓고 그 구역은 이외에 구역에 주차를 하면 스티커를 붙이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 외 지역이란 코너 부분이나 출입구 부분을 말한다.)

자기 집에 늦게 왔다는 이유로 주차공간이 없어 한참을 찾아 헤매야 하고, 이중주차를 해놓고 스티커가 붙을까 봐 불안하고, 이런 상황들이 계속되다 보니 주차에 대해 민감한 입주민들이 많아지고, 관리사무실로 주차로 인한 민원전화도 많이 걸려온다.

저녁 10시가 넘으면 주차할 곳이 없다고 단속을 안 하냐는 민원이 늘 들어오고, 어떤 입주민은 기분이 나쁘다고 꼭 이중주차 금지구역에 일부러 차를 주차한다.


주차공간을 2.0 이상으로 확보해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는 법으로 개정해야 한다. 자동차 선진국들에서는 아파트의 주차공간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해서 입주민들이 주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는 아파트가 지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