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왈왈 아파트 관리사무실입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CCTV 확인할 수 있을까요?"
"네 확인가능합니다. 우선 여기 서류 작성 부탁드립니다."
김반장은 CCTV 열람요청서 서류를 건네주었다.
"작성하실 때 정확한 시간, 몇 시부터 몇 시까지인지 하고, 위치를 정확히 적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CCTV를 저희가 확인해서 말씀드리는 것 이외에 직접 확인하고 싶으시면 경찰에 신고하셔서 오셔야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서류 적어주시면 저희가 확인하고 전화드리겠습니다."
CCTV를 열람을 요청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차량접촉사고 때문이다. 하지만 CCTV를 검색해서 차량접촉사고가 실제로 일어난 경우는 50% 정도나 될까, 실제로 아파트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도 확인요청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한 가지는 CCTV를 직접 보려고 하는 것이다. 마치 당연한 자기 권리인 것처럼 말한다.
"아니 CCTV 화면 촬영해 가면 안 되는 건가요?"
"네 경찰에게 요청해도 안 보여 줄수도 있고요, 신고하시면 경찰이 와서 CCTV 영상을 요청해서 가져갑니다."
"저 입주민인데 CCTV 보자는데 왜 안 되는 건가요?"
"CCTV는 아파트 전체의 기밀사항이나 CCTV 상에 나오는 개인정보가 있어서 아무나 보여드릴 수는 없습니다. 개인정보유출로 관리실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가 확인해서 알려드리면 경찰에 신고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입주민들은 대체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하고 돌아간다.
아파트에는 주차장을 비롯한 아파트 곳곳에 CCTV가 있다. 재활용장이나, 차량 출입구, 공동현관문 앞, 엘리베이터 앞이나 내부 등에 설치되어 있다. CCTV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CCTV가 많아서 내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노출된다.
CCTV가 있어서 안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개인의 사생활이 전부 노출된다는 점에서 장단점이 있다.
누군가가 내 일상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소름이 돋는다.
김반장이 CCTV로 주차장을 확인하고 있는데 입주민이 또 한 명 찾아왔다.
"CCTV 확인하고 싶습니다. 주차라인에 누가 일회용 용기에 담겨있는 커피는 쏟아놔서 제 차를 다 버렸어요, 당장 확인해서 커피를 거기에 버리고 간 사람이 누군지 알려주세요!"
"네~~ 차량이 많이 더러워졌나요? 주차하실 때 커피가 거기에 있었는지 확인은 안 하셨나요?"
"뭐라고요! 제가 확인을 안 한 게 잘못인가요? 거기에 커피를 버리고 간 사람이 잘못이지! 말을 이상하게 하시네! 그리고 커피가 쏟아졌는데 청소는 안 하시나요?"
"오늘은 주말이라 외곽청소반장님들이 출근을 안 하셔서 확인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확인해 보고 가서 치우도록 하겠습니다."
"도대체 관리실에서 주차장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건가요?"
김반장은 입주민의 막말에 할 말이 없었다.
"우선 여기 CCTV열람신청서 작성 부탁드립니다. 신청서 작성해 주시면 저희가 확인하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누군지 찾아서 손해배상 청구를 하시려면 경찰에 신고하시면 경찰에게 CCTV 자료 넘겨드릴 수 있습니다."
"알겠으니까 빨리 확인해 주세요!!"
김반장이 첫 번째 주차장에서 접촉사고가 났다는 CCTV는 확인결과 신고한 입주민이 주차된 이후로 주변에 움직인 차가 없었고, 신고한 입주민 차량이 더 먼저 이동을 했기 때문에 아파트 주차장에 사고가 난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입주민에게 설명해 주었다.
두 번째 주차장에 커피를 버린 사건은 입주민이 차량에 타면서 차에 있던 커피를 일회용 용기에 담은 체 내려놓고 차를 이동하는 장면이 CCTV에 선명하게 찍혔다. 중요한 것은 이후로 그 주차라인에 다른 차가 주차를 하면서 일회용 용기를 밟으면서 주차장 바닥에 커피가 흔건했다. 이후로 다른 차들은 주차하려다 상황을 보고는 주차하지 않고 다른 곳에 주차를 했다. 그런데 그 신고한 차량은 그곳에 주차를 했고, 주차 후에 내려서 여기저기를 살피더니 차량에 커피가 묻을 것을 확인하고 관리사무실로 온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오전에 차에서 일회용 커피를 내려놓고 나간 차가 다시 그 자리에 와서 커피가 흥건한 그 주차자리에 주차를 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들어가는 것이었다.
"OOO동 OOO호 입주민이시죠, CCTV확인했는데, 입주민중에 한분이 일회용 커피를 차에서 내려놓고 가시고 이후에 주차하던 차가 커피를 밟아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차량청소비 같은 것이 필요하시면 경찰에 신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몇 동 몇 호인가요?"
"그것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경찰에서 오면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우선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이후로도 한참이 지나는 동안 경찰은 관리사물에 오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주차장이 쓰레기통도 아니고 자기가 먹던 커피를 주차장에 내려놓고 가는 것도 몰상식한 행동임에 틀림없다. 이런 입주민 때문에 항상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한 가지는 그것을 밟았다고 관리실에 찾아와서 관리실 직원에게 함부로 말한다. 커피를 주차장에 버리고 간 것은 같이 사는 입주민이지 관리실 직원이 아니다. 주말에 관리실 직원이 1~2명 상주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확인해서 미리 치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