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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peolive Jul 12. 2017

내가 영도에 있는 이유

부산 영도에서 근무하는 신경과 의사입니다.

부산 영도구에 있는 해동병원에서 근무하는 신경과 의사다영도구엄밀히 말하면, “영도라는 섬이다즉 섬에서 일하는 의사다.  영도는 부산에서 좀 개발이 덜된 지역이자타지 사람이 많이 사는 섬이다그리고 영화 친구의 실제 배경이 된 '칠성파', 그들이 조폭계에서 살인 보복을 다짐한 영도다리가 있는 바로 그곳….     

 

처음 그곳에 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왜 그 험한 곳에 가려 하냐?“

"더 좋은 병원으로 가지 왜 그런 죽어가는 곳으로 가냐?" 라며 말을 했었다     


근데 그곳에 가고 싶어 졌다많은 의사들은 도시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고 그리고 수도권이나이름 있는 병원에서 근무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명함에 "나 이런 병원에서 근무 한다"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특히 요즘처럼자기 PR이 일반화되고누구나 자신을 내세우기 원하는 시대에서는 말이다물론 그 가운데 정말로 전심으로 환자를 위하고 열심히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하는 의사들도 많다하지만, 20년 가까이 의사로 살아가는 가운데나의 맘을 참으로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가 있다면이는 돈이 많고이를 가지고 갑질을 하는 환자를 보는 것이다물론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환자의 직업 신분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야 함을 알지만솔직히 나에겐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부산에 와서 나름대로 이름 있는 병원에서 근무한 나로선 더 이상 서울 S or A 병원에서 천만 원 넘는 검진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그런 환자들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더욱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외래 진료 환자들그리고 밤낮으로 밀려드는 뇌졸중이나경련 같은 초 응급환자들로 인해 정신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지친 나에겐 더더욱 그러했다

      


나는 경제에 대해 잘 모른다경제학을 공부한 적이 없기에... 하지만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것 들 중에 하나는 다음이다즉 수익을 창출하는 하나의 원리로 허영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물건을 팔 때 재료값은 얼마 들지 않으나 어떤 상표를 붙이느냐에 따라 그 상품의 가격이 원가의 수배수십 배 그리고 수백 배가 된다결국 우리는 원하는 상품에 대한 값을 지불하는 것이 아닌 그 상표와 포장에 대한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이는 마치 똑같은 국수를 먹어도호텔에서 먹으면몇 만원이 되는 것과 같다의료도 마찬가지가 되어 간다검진을 해도 서울의 이름난 병원에서 검진을 하면천만 원이 넘고, (물론 그 가운데 의학적으로 합리적인 선별검사가 아닌 불필요한 검사가 다 포함되고), 시골의 한 병원에서 검진을 하면몇 십만 원아니 심지어는 몇 만 원이면 된다.  하지만나는 왠지 그런 시장논리를 의료에 적용하는 것이 좀 맘에 불편하다.                 



신경과 전공의 2년차 시절 춘천성심병원에 파견을 나간 적이 있었다역시 환타(환자 많이 타는 의사)로 유명한 나는 나의 별명에 걸맞게 환자들로 정신이 없었다쉴 틈 없이 밀려드는 입원환자들중환자실과 응급실로부터 끊임없이 울려대는 삐삐 소리에 정신없는 전공의 시절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생체리듬이 매우 약하고 의식이 떨어진다는 연락이었다허겁지겁 중환자실로 가서 환자를 보았다매우 위중한 상태여서 기관 삽관과 중심정맥관 삽입술을 시행하였다나의 하얀 의사 가운에는 환자의 피와 가래가 튀고 있는 가운데 허리에 차고 있는 나의 삐삐는 계속 울려대고 있었다응급실로 부터의 연락이다응급실로 전화를 돌렸다머리가 어지럽고 아프다는 할아버지인데 빨리 봐주지 않는다며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것이다내가 와서 해결해 달라고 하는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 정도 중환자실 환자가 정리된 뒤 나는 응급실로 달려갔다     


한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그 할아버지는 응급실 단골 고객이다그날도 어김없이 술이 만취가 되어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다며 응급실에 온 것이다그리고 자신도 응급환자라며 빨리 봐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난리가 난 것이다이에 나는 화가 너무 난 나머지 반말로      


지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술 처먹고 난리야당신 때문에 다른 환자 죽으면 당신이 책임 질꺼야?”     


그러자 그 할아버지는 더더욱 나에게 큰소리로 욕을 하며 덤비려 하였다하지만술에 취해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응급실 바닥에 넘어졌다나는 이에 더더욱 화가 나고 분을 참지 못해그냥 응급실을 박차고 나가 신경과 의국으로 달려가 의국 침대에 누웠다중환자실에서의 심폐소생술응급실에서의 흥분과 분노폭발로 인해 나의 심장은 폭주 기관차처럼 두근거렸다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고 더 이상 화를 내기도 힘들 정도로 몸이 지쳐갔다그리고 응급실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아까 그 할아버지 어떻게 할까요제발 와서 해결 좀 해주세요제발”      


나는 몇 번의 심호흡을 한 뒤 만성 수면 박탈과과도한 전공의 업무에 지친 몸을 이끌고 응급실로 터벅터벅 걸어갔다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애기울음 소리빨리 안 봐준다며 소리 지르는 환자와 보호자들, 119대원들에 의해 실려 오는 피와 살점들이 떨어져나간 교통사고 환자들그리고 그 가운데 술 취해서 단동을 부리는 할아버지가 있었다나는 그 할아버지를 침대에 앉힌 뒤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구 할아버지 도대체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드세요뭐가 그리 속상하다고     


그러자 잠시 후 할아버지는 나의 어깨를 잡고 끄억끄억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너무 슬프고 억울하다고 하며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지금 그 할아버지의 말이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나중에 응급실을 나갈 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가셨었다      


    

순간 이솝 우화의 해와 바람” 이 떠올랐다그리고 나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환자는 무슨 짓을 하건 어떤 행동을 했건환자로서 의사 앞에 서면 환자는 약자이다”      


라는 학창시절 정신과 수업시간 중 들은 내용이 떠올랐다.                  



영도에 온 지 2년을 향해 가고 있다사람들이 순박하다소박한 촌지로 집에서 말린 감이나 과일 그리고 붕어빵 같은 것을 사 가지고 오신다복도에서 처음 보는 환자분들 및 보호자 분들을 만나면의사 가운을 입은 나에게 인사를 해주신다얼마 전에는 팔뚝에 문신이 있는 한 젊은 청년이 나의 옆을 지나면서쓰고 있던 모자를 잠시 벗었다가 쓰고 갔다물론 원무과에서 소리 지르고난리 치는 환자 및 보호자들도 있다하지만어려운 사람들이 많고살아온 이야기를 물으면영화나 드라마에 나올듯한 충격적인 아픔과 상처를 않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그리고 그들 모두 다 도움에 갈급한 사람들이다     



처음 이곳에 오는 것은 반대했던 사람들도 있었다하지만, "의사는 본인의 일에 최선을 다해 환자들에게 그리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지어디서 근무하고 어떤 병원에서 근무하고 어떠한 논문을 쓰고 발표 하며 상을 받는 게 뭐가 중요하냐?"라고 하시는 분들의 말씀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그리고 세상에서 세상이 주는 상을 많이 받은 사람들을 직접 경험하게 되다 보니 세상이 주는 상의 의미가 크게 없어 보여 졌다.            

대도시에 의사가 집중되고더 좋은 병원에 스펙을 쌓고그리고 자신을 영업하는 병원들이 많다.  남들은 내가 어리석다고 할지 모르나 나는 영도에서 근무하는 의사다스펙은 "내가 어느 병원에 있느냐?" 로 인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의사가 되어 있느냐그리고 어떻게 환자를 위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느냐?"로 결정된다고 믿는다     


스펙은 내가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 믿는다하지만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펙이 아니라 내 본연의 일을 다 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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