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공부 못한 사람 시점 1-4

앉아서 공부를 했다

by 아가리사업가

모르면 일단 하는 거다


하루 동안 수업을 듣고 나니 부족함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룹수업은 관람하기 바빴고, 1:1 수업의 선생님은 실력이 모자란 나와 수업을 하니 꿀 빨아 재끼느라 정신없었다.


나는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했다. 수업할 때 배운 것을 복습하고, 다음날 진도까지 예습했다. 6시에 수업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면 자유시간이다. 다른 친구들은 운동도 하고, 밖에 나가서 술 마시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당장 돈 날리게 생겼는데 여가시간은 나에게 사치였다. 영어를 못 배워서 가면 이 시간이 나에게 사치였다.


저녁을 먹고 7시 ~ 7시 30분 정도가 되면 수업을 하던 방에 가서 부족한 공부를 했다. 모르는 단어와 숙어, 문장들은 "샤프 전자사전"을 찾으면서 알아갔다. 지금은 폰으로 영단어를 검색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2010년도 만해도 아직 피처폰을 쓰고 있었다. 아이폰은 2011년 가을쯤에 나왔던 거 같다.


남들은 한 시간 만에 끝낼 공부를 나는 2시간 넘게 걸린다. 단어를 모르니 문장을 읽을 때마다 단어를 찾으면서 해석을 해야 했다. 문법을 모르니 "그래머 인 유즈"를 챕터를 찾아보면서 문장 순서를 이해하곤 했다. 영어라곤 알파벳 정도 아는 나에게 영어로 설명되어 있는 "그래머 인 유즈"는 굉장히 어려웠다. 그날 배운 단어를 외우고, 다음날 수업할 부분에 모르는 단어를 찾아놓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수업시간에 물어본다.


이렇게 예습, 복습을 하고 나면 9시 ~ 9시 30분 정도가 된다. 우리 어학원은 스파르타 어학원이라 10시 정도만 되면 실내는 모두 소등하고, 인원 점검하고 다 잤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생활을 나는 2달 동안 반복했다.


주말에 뭐하지?


영어가 힘든 나에게 평일은 수업만 들어도 방전된 차처럼 퍼진다. 이런 숨 가쁜 평일이 지나면 비교적 여유로운 주말이 온다. 주말은 수업이 없다. 그래서 학원 사람들은 주변 바닷가나 도시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평일에 못 했던 일들을 하기도 한다.


나는 주로 주말에 어학원에 있었다. 주말에 놀기에는 내실력이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공부만 할 수 없으니 바기오 시내로 나갔다. 어학원에서 시내로 가기 위해서는 지프니 또는 택시를 타야 했다. 나는 주로 택시를 타고 나갔다. 우리나라 돈으로 2천 원 정도면 시내까지 갈 수 있었던거 같다. 하지만 어디에나 사기꾼은 있으니 택시의 미터기를 잘 보고 말을 잘해야 한다. 지금은 모르겠으나 그때는 필리핀에서 "한국사람은 돈이 많다"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렇게 택시를 타고 가면, SM몰이 보인다. SM몰은 복합쇼핑몰이다. 여기에서 옷도 사고, 문화생활도 하고 친구들도 만난다. SM몰에 도착해서 들어가려면 가방과 소지품 검사를 해야 한다. 필리핀은 총기 소지를 한 사람이 있어서 입구에서부터 세세하게 검사를 한다. 실제로 무장한 군인들이 건물 내에 있기도 하다.


이렇게 검문을 받고 들어오면 많은 인파로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다. 나는 몰 안에서 밥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옷도 사고, 환전도 했던 거 같다. 이때 느낀 거지만 필리핀 음식이 굉장히 소금을 들이부었는지 모든 음식이 짜웠다. 이거를 어떻게 먹을까 싶을 정도였다.


나는 이렇게 잠깐의 이탈을 하고 난 뒤에 다시 공부했다. 이때처럼만 했으면 진짜 서울대 갔을 것 같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책상 앞에서 공부한 때이다.


꾸준히, 될 때까지


주말이 되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사람들이 놀러를 가서 숙소가 텅텅 비어 있다. 숙소에 있는 사람들끼리 밥을 해 먹거나 베란다에 앉아서 노가리 깠던게 기억난다.


나도 주말에는 조금 느긋하게 공부를 했다. 아침을 간단하게 시리얼, 빵과 우유를 먹고 샤워를 함 때리고 쉰다. 시간이 남으면 부모님께 안부 전화와 이메일을 보내거나 자거나 했던 거 같다. 지금은 어디서든 와이파이만 있으면 카톡이 가능하지만 저때는 인터넷전화를 가져가서 전화를 했다. 10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면서 내가 옛날 사람이 된 기분이다.


오전에 푹 쉬다가 밥알 날리는 점심밥을 먹고 노트북과 공부할 책을 들고 수업하는 방으로 간다. 방에 가서 오전에 수업시간에 했던 것들을 다시 복습한다. 예습 및 복습만 해도 2시간은 그냥 갔던 거 같다. 지금 이때 했던 책을 보면 단어, 문장 정말 쉽다. 하지만 이때는 너무 어려워 공부하고 나면 진이 다 빠졌다. 앉아만 있었는데 체력이 다 소진된 느낌이었다.


어학원 공부가 끝나면 미드를 봤다. 주로 로맨스 영화를 봤고, 가장 많이 본 영화는 디어 존이다. 무려 20번을 넘게 본거 같다. 스크립터를 뽑아 영화를 보면서 대사를 같이 본다. 생활 속에서 단어들이 어떻게 발음되고, 어떻게 들리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번만에 알기에는 어렵다. 그래서 20번을 보며 안 들리는 단어는 계속 돌려 봤다. 처음에는 한글 자막을 넣어서 보고 그다음 영어 자막을 넣어 봤다. 이게 쉬워지면 나중에는 그냥 보게 된다.


미드를 보는 이유는 듣기를 잘하기 위해서 이다. 뭐를 들어야 말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뭐가 계속 들이는데 그냥 지나가는 느낌이다. 말이 너무 빠르고, 아는 단어라도 너무 빨리 지나가서 어떻게 발음되는지도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안 되는 거를 될 때까지 꾸준히 하다 보면 자막 없이 영화를 보는 나를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쉽다. 헬스를 처음 하면 굳은살이 없어 손이 아플 때가 있다. 하지만, 아픈 것을 참고 꾸준히 운동하다 보면 손에 굳은살이 생겨 처음 할 때보다 쉬워진다.


영어도 그랬던 거 같다. 처음 영어 문장도 못 읽던 내가 2달이 지났을 때 나의 의사표현을 유창하게 할 수 있었다. 이렇듯 자기 발전도 꾸준히 될 때까지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반복에 지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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