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많이 커버렸니
2026.1.2. 금
어린이집에 돌아온 너는 거실에서 아빠와 둘이 놀고있었고 나는 반대편에서 책을 보고 있었지. 난 등지고 있었지만 아빠가 졸고 있음을 대강 알고 있었어. 그러다가 한 10분을 네가 거의 혼자 놀고 있는 것 같으니 내가 돌아서 너와 아빠에게 갔지. 그리고 너에게 물었어 심심하지 않냐고. “아빠가 지켜주고 있어서 괜찮아.”라고 얘기하더라. 그러더니 이어서 ”엄마 하던 거 해도 돼. 엄마 책 봐. 난 괜찮아.” 이러는 거야. 근데 난 마저 내 하던 걸 하러 갈 수가 없더라. 너의 얼굴에서 외로움을 봤거든.. 분명 넌 심심하고 외로워 보였어. 근데 엄마를 존중하고 배려해 준 거지. 그래서 너와 함께 놀았지. 내가 아이가 되고 넌 아빠가 되고, 넌 사장님이 되고 난 손님이 되고. 그리고 내가 자연스레 자리를 빠져나온 이후에도 넌 기분이 한참 좋아져 졸고 있는 아빠를 깨우며 원래의 너처럼 씩씩하게 놀이를 주도했어.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소중하더라. 그리고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어. 내가 네게 아빠의 자리를 조금도 남겨주지 않았던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오늘 넌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세상을 경험한 듯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어.
아직 세상을 3년밖에 살지 않은 네가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참 많아. 내가 많이 배운다 아가야. 어른들이 왜 네가 어릴 때가 엊그제 같다고 말씀하시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아.
매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내 마음속, 머릿속에 꾹꾹 눌러 담고 장면도 저장해두고 싶어.
나는 괜찮으니 조금만 천천히 커주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