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gatha Mar 26. 2022

황홀한 아카펠라의 밤

3월 26일 (2022), TIMF에서 만난 King's Singers

어제 오후에 통영에 도착했습니다. 2022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개막했거든요.

제가 처음 통영을 찾았던 때는 2003년이었습니다. 음악잡지 기자로 일하던 중 음악제 취재 차 내려왔었죠. 시장통의 허름한 식당에서 아침으로 먹었던 맑고 시원한 복국은 천국의 맛이었고, 탄둔이라는 작곡가의 <신 마태 수난곡>을 들었을 땐 큰 충격을 받았었죠.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네요. 매년 오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좋은 음악과 훌륭한 연주자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풍경은 덤으로 즐기며 식도락 여행까지 겸할 수 있는 통영에는 추억이 많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행사 자체가 취소됐었고, 작년에는 스케줄이 맞지 않아 오지 못했는데, 올해는 다행히도 어제 개막공연부터 시작해 내일까지 총 5개의 공연을 보고 서울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어제와 오늘 벌써 4개의 공연을 보았는데요. 모두 다 훌륭했지만, <고음악 365, 오늘 이 곡>의 콘셉트와 맞는 음악회는 오늘 저녁 7시에 있었던  <킹스 싱어즈 I - 마스터피스>입니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온 너무나 사랑해마지 않는 킹스 싱어즈! 그들이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월드투어를 하던 2018년, 롯데콘서트홀 공연을 갔었으니 무대 위에서 킹스 싱어즈를 다시 만난 건 4년 만입니다. 오늘 아침부터 기대로 두근두근했는데, 멤버 한 명의 코로나 확진으로 프로그램이 급히 바뀌게 됐다는 문자가 오전에 왔습니다. '어떡하나... 공연이 몇 시간도 안 남았는데' 걱정이 되면서도,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해내리라는 믿음이 있었고, 새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도 더 커졌죠. 아래 굵은 글씨로 된 부분이 갑작스럽게 연주에 들어간 곡목들인데요. 


 

2022 TIMF 킹스 싱어즈 I -마스터피스 변경된 프로그램


윌리엄 버드의 모테트나 잔느캥의 샹송은 워낙 사랑하는 곡이었고요. 리게티가 이렇게 위트 있는 성악곡을 썼다니, 제겐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슈트라우스와 플랑크의 곡도 눈물 나게 아름다웠죠. 말로 다할 수 없이 황홀한 아카펠라의 밤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계셨거나 실시간 중계로도 듣지 못한 분들을 위해 한 곡 골랐어요. 윌리엄 버드의 모테트 'Ave verum corpus'입니다. 


https://youtu.be/2LfsHB7E9TA 

킹스 싱어즈가 노래하는 윌리엄 버드의 'Ave verum corpus'


몇 년 전 아마추어 성가대와 이 곡을 한 땀 한 땀 연습하던 때도 떠오르네요. 폴리포니는 들을 때도 좋지만, 부를 땐 더 매력적입니다. 


밤이 깊었네요. 말을 아끼고 오늘은 이만 적겠습니다. 내일 볼 공연도 킹스 싱어즈 공연이라서요, 다녀와서 또 적도록 할게요. 좋은 밤 보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갓 피어난 장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