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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tha Mar 28. 2022

내일로 가는 길 위의 옛음악

3월 27일 (2022), TIMF 킹스 싱어즈 II-하모니를 위하여

제20회 통영국제음악제 두 번째 날, 전날에 이어 킹스 싱어즈의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공연은 2020년에 발표한 앨범 <Finding Harmony>에 담긴 곡들 위주로 펼쳐졌죠. 종교 개혁 시대의 유럽 음악부터 남아프리카 민요까지 다양한 시대, 여러 나라의 음악을 아울렀던 이번 공연에서 오늘은 이곡, 독일어 코랄 'Ein feste Burg ist unser Gott - 내 주는 강한 성이요'에 대한 이야기 나눕니다.


독일어 코랄 'Ein feste Burg ist unser Gott' 우리나라 개신교 찬송가책 안에도 “ 주는 강한 성이요라는 제목으로 들어가 있는 노래인데요. 한동안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오늘날 음악학자들은  노래를 만든 사람이  16세기 독일 성직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라는  의견을 같이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마르틴 루터는 중세  년간 절대적인 권위를 이어온 가톨릭 교회의 부패에 항거한, “종교 개혁의 선봉자. 교회  음악의 역할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그는 기존의 어려운 라틴어 모테트 대신,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있는 독일어 노래가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뜻을 같이 하는 음악가들과 협력해 수백 편의 독일어 성가,  “코랄 만들어냈죠. 그중에서도 루터가 “직접작곡했다고 하는 'Ein feste Burg ist unser Gott' 르네상스를 지나 특히 바로크 시대, 독일 루터교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북스테후데, 파헬벨, 바흐, 헨델 등의 여러 작품에서도 주요 동기로 사용이 됐었죠.  , 19세기에도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 요아힘 라프(J. Raff), 쟈코모 마이어베어(Giacomo Meyerbeer, 1791-1864) 등도 'Ein feste Burg ist unser Gott' 재료로  음악을 만들었는데요.

이 수많은 곡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버전은 단연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것입니다. 킹스 싱어즈의  <Finding Harmony> 음반으로 들어보시죠.


https://youtu.be/iYzkqP3Lp2s

마르틴 루터 & J. S. 바흐의 'Ein feste Burg ist unser Gott'



통영에서 이틀간 킹스 싱어즈의 공연을 관람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한문고전학을 평생 연구해오신 학자 이명학 선생님의 인터뷰를 우연히 읽었습니다. 이 구절이 마음에 큰 울림을 주더군요.


“고전은 ‘내일로 가는 옛길’이다. 고전 속에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이 들어 있다. 천 년 전에도 유효했고 천 년 뒤에도 유효한 것이 고전이다..."


킹스 싱어즈도 비슷하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교회 합창음악과 중창이 과거에 고착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이런 음악은 500년 전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예술입니다."


매일 <고음악 365, 오늘 이 곡>을 힘겹게 이어오고 있는 저에게, 1000년 전의 옛 찬트를 공부하고 있는 저에게 큰 힘이 되는 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며칠, 음악과 함께 자연과 함께 통영에서 잘 쉬고 왔네요. 돌아온 일상에서 옛 음악을 통해 오늘을 살고 내일로 가는 길을 다시금 저도 고민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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