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 (2022), 부활대축일을 지내며
벌써 7년 전 영화네요. 2015년에 개봉했던 강동원 주연의 <검은 사제들> 기억하시나요?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미스테리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었죠. 위험에 놓인 소녀를 구하기 위해 구마 사제 김윤석과 부제 강동원이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악령에 맞서 애쓰는 이 영화가 나온 후로, 저는 수업을 하기 좀 편해졌습니다(저는 예술고등학교 학생들과 음악 전공 대학생들에게 서양 음악사를 가르쳐왔거든요). 주인공 강동원이 구마 의식에서 불렀던 서늘한 느낌의 단선율 노래가 바로 서양 음악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중세 그레고리오 성가 'Victimae paschali laudes'(파스카 희생제물 우리 모두 찬미하세)라는 곡이었기 때문이죠.
멋진 배우가 불러주는 바람에 학생들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 이 천 년 전 이 노래는 바로 오늘 부활대축일 낮미사에 부르는 부속가(Sequence)입니다. 가톨릭 신자이신 분들은 오늘 미사에서 주보에 실린 부속가를 합송하셨을 겁니다.
파스카 희생 제물 우리모두 찬미하세
그리스도 죄인들을 아버지께 화해시켜
무죄하신 어린양이 양떼들을 구하셨네
죽음생명 싸움에서 참혹하게 돌아가신
불사불멸 용사께서 다시살아 다스리네
마리아 말하여라 무엇을 보았는지
살아나신 주님무덤 부활하신 주님영광
목격자 천사들과 수의염포 난보았네
그리스도 나의희망 죽음에서 부활했네
너희보다 먼저앞서 갈릴래아 가시리라
그리스도 부활하심 저희굳게 믿사오니
승리하신 임금님 자비를 베푸소서.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의 부활대축일 미사에서는 아래처럼 라틴어로 노래합니다.
그리고 아래 동영상은 위의 단선율을 3성부 다성음악으로 편곡하고, 우리 국악의 리듬을 접목시켜 만든 새로운 버전의 <빅티메 파스칼리>입니다. 라틴어와 한국어, 동양과 서양, 음악과 춤, 전통과 실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서로 다른 것들을 한뜻으로 모아 새로운 것으로 창조시키는 이러한 흥미로운 작업들이 더욱 많이 활성화되고 더욱 널리 알려졌으면 기대 가져보는 날이었습니다. 영상 보시면서 주말 저녁, 평화롭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