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 ti miro - 당신을 봅니다

5월 15일 (1565) 세례 받은 몬테베르디를 기억하며

by agatha

455년 전 오늘,

1565년 5월 15일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한 성당에서 한 남자아이가 세례를 받았습니다.


약제사의 아들로 태어난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라는 이름의 이 아이는 성당에서 소년 합창단원을 노래하면서 음악을 경험했고, 16세에는 이미 교회음악 악보를 두 권이나 냈을 만큼 성장했는데요.

성인이 되어서는 만토바 궁정 악단을 맡았고 생의 마지막 30년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선망받는 자리였던 베네치아 산 마르코 성당의 음악감독으로 일했습니다. 서양 음악사에서 그는 르네상스 시대에서 바로크 시대로 전환하는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진보적인 작곡가로 평가됩니다. 가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려고 하고 감정 표현에 과감했던 몬테베르디는 바로크 시대 초기 오페라가 자리 잡는 데 매우 크게 기여했죠.


몬테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포페아의 대관>( L'incoronazione di Poppea, 1643) 중에서 백미로 꼽히는 마지막 곡 준비했습니다. 마침내 왕관을 머리에 얹게 된 네로의 정부 포페아가 네로와 단둘이 남아 함께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 ‘뿌르 띠 미로(Pur ti miro, pur ti godo) - 내가 당신을 봅니다. 당신을 원합니다’ 들어보시죠.


https://youtu.be/quhXDVX6jjA

몬테베르디 오페라 <포페아의 대관> 중에서 네로와 포페아의 이중창



황제 네로 역할을 여자 가수가 맡은 것이 오늘날의 우리 눈에는 이상해 보일 수 있는데요. 몬테베르디의 원본 필사본이 사라져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당시에는 이처럼 다른 성별의 역할을 맡는 것이 흔했다고 하네요.

한편, 위 영상은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는 주인공들과는 대조가 되는, 절규하는 군중들의 모습이 매우 흥미롭게 연출돼 있습니다. 아마도 이 프로덕션의 연출자는 ‘대관식’으로 마무리되는 주인공들의 행복한 결말에 대한 나름의 주석을 단 거 같아요. 사실 네로와 포페아는 누가 보아도 부적절한 관계가 분명하고, 네로는 아무런 부정도 없는 정숙한 아내를 내쫓은 무정하고 잔인한 남편이었으니까요. 몬테베르디 당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도 이 오페라의 해피 엔딩은 매우 당혹스럽게 여겨졌고, 논란이 많았다고 하네요.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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