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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tha Jan 12. 2022

헨델이 옳았지

오페라 <오토네>가 초연된 오늘 1월 12일(1723)

299년 전 오늘,

1723년 1월 12일

런던 헤이마켓의 King's Theatre에서 헨델의 오페라 <오토네>(Ottone, re di Germania)가 초연됐습니다.


<오토네>가 초연된 킹즈 시어터


헨델은 이미 1722년 여름에 <오토네>를 완성했지만, 무대에 올려 관객에게 선보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작품을 크게 성공시키고 싶었던 헨델이 쟁쟁한 실력의 스타 가수들만을 캐스팅하고자 했고, 그러다 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던 건데요.


주인공 오토네 역을 최고의 카스트라토 세네지노(Senesino)가 맡았고, 헨델이 오랫동안 신뢰해온 소프라노 두라스탄티(M. Durastanti), 베이스 보스키(G. M. Boschi), 영국 출신으로 인기 절정이었던 콘트랄토 아나스타샤 로빈슨(A. Robinson), 그리고 이탈리아 출신으로 이 작품을 통해 런던 데뷔를 하게 되는 소프라노 프란체스카 쿠초니(F. Cuzzoni)까지 라인업이 화려했습니다.


<오토네>로 런던 데뷔에 성공한 소프라노 쿠초니


특히나 프란체스카 쿠초니는 파르마 출신으로 열여덟 살에 데뷔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리던 소프라노였습니다. 그런 쿠초니가 바다를 건너 런던으로 온 것은 헨델이 총책임자로 있던 영국 왕립 음악아카데미가 제시한 좋은 조건 때문이었는데요.  하지만 콧대가 높았던 그녀는 헨델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었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노래는 부르지 않겠다고, 다시 작곡해달라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헨델도 화가 나서 “말을 듣지 않으면 창문 밖으로 던져 버리겠다”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아주 유명한데요.


결국 쿠초니가 헨델에게 승복해 고분고분히 그대로 불렀다는 그 아리아, 준비했습니다.

작품의 1막 3막에서 에서 여주인공 테오파네가 자신이 간직해온 작은 초상화와 너무나 다른 정혼자 오토네(사실은 오토네로 가장한 오토네의 적 아델베르토입니다)의 실제 모습에 실망해서 부르는 아리아 'Falsa imagine'(거짓 그림),  소프라노 하스나 베나니(Hasnaa Bennani)가 노래합니다.

 

https://youtu.be/tvjacGOZW_s

<오토네> 1막 3장의 아리아 'Falsa imagine'(잘못된 그림)



Falsa imagine, m'ingannasti,

거짓 그림, 나를 속였네.  

mi mostrasti un volto amabile;

그림 속 그이는 정말 미남이었는데

e quel volto m'allettò.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외모

Or cessato il dolce inganno,

거짓은 달콤했으나, 이제 끝났어

trovo orrore, trovo affannò,

현실은 끔찍하니, 숨도 못 쉬겠네

ove gioie il cor sperò.

한때는 두근거림으로 가득했었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정혼자의 외모에 실망하고 낙담한 어지러운 마음을 이토록 우아하게 그려낸 음악이 또 있을까요? 다 카포 아리아 형식,  오블리가토 첼로와 합시코드 바소 콘티누오만을  동반한 간단한 편성이라 얼핏 단조롭게 들릴 수 있는 이 아리아는 헨델의 진정한 한 수였습니다. 최소한의 반주에 기대어 근원적인 감정을 처연하게 표현해내는 쿠초니의 등장에 런던 관객은 열광했죠.  <오토네>  초연 자체가 큰 성공이었습니다. 이후 티켓 값이 몇 배로 뛰었지만, 사람들은 암표라도 사서 기꺼이 보려고 했다고 하네요.


만약, 헨델이 자신의 기량을 드러내고 싶다며 좀 더 화려하게 곡을 바꿔달라고 떼를 쓴 쿠초니에게 끌려갔다면, <오토네>의 성패는 어떻게 됐을까요?  

1723년 1월 12일, 299년 전 오늘,  <오토네>(Ottone, re di Germania)가 초연된 이날에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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