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1725), 헨델의 오페라 <로델린다>가 초연된 날
297년 전 오늘,
1725년 2월 13일은
헨델의 오페라 <로델린다>(Rodelinda, regina de' Longobardi)가 런던 헤이마켓의 킹스 시어터에서 초연된 날입니다.
헨델의 오페라 <로델린다>는 두 곡의 아리아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중요한 장면에 들어가면서 몇 년 사이 왠지 모르게 친근해진 작품입니다. 신분을 속이고 취업한 모자가 서로만 아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에는 ‘용서받지 못할 자여, 나는 맹세했노라'(Spietati, io vi giurai)가 나왔고요, 행복한 야외 생일 파티가 끔찍한 칼부림 현장으로 바뀔 때는 '나의 사랑하는 이여(Mio caro bene)'가 고고히 흘렀는데요.
<로델린다>를 작곡할 무렵의 헨델은 오페라 작곡가로서 그 역량이 무르익을 대로 익어 있습니다. 앞서 발표한 <줄리오 체자레>, <타메를라노> 등이 계속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었고요, 대본도 자신과 여러 번 작업했던 노련한 파트너 하임(N. F. N. Haym)에게 맡겼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죠. 게다가 캐스팅도 완벽했습니다. 주인공 로델린다는 헨델이 몇 년 전 이탈리아에서 스카우트해 데려온 소프라노 쿠초니가 맡았고요, 로델린다의 남편인 롬바르디의 왕 베르타리도는 카스트라토 세네지노(Senesino)가 노래했다고 하네요. 이들 역시 헨델의 여러 다른 작품에서 활약해온 최고의 가수들입니다. (헨델과 소프라노 쿠초니의 일화는 예전에 소개해드린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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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든 조건이 완벽한 상황에서 297년 전 오늘 <로델린다>는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작품은 예상대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해 시즌에만 열네 번 공연됐다고 하네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왕국의 왕비 로델린다가 남편 베르타리도에게 반역한 세력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고 끝내 이겨낸다는 줄거리의 3막짜리 오페라 세리아 <로델린다>. 그중에서 오늘 고른 곡은 2막 7장에서 마침내 상봉하게 된 베르타리도와 로델린다 부부가 마지막일지 모르는 포옹을 하면서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 'Io t'abbraccio-내 당신을 안고'입니다. 여러 가수들의 동영상이 있는데요, 마침 오늘이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의 생일(1978. 2. 13)이기도 해서, 그의 노래로 준비했습니다. 함께하는 소프라노는 누리알 리알(Nuria Rial)입니다.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