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1981), 세상을 떠난 칼 리히터를 기억하며
41년 전 오늘,
1981년 2월 15일은 독일 음악가 칼 리히터(Karl Richter, 1926-1981)가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리히터는 바흐를 중심으로 한 바로크 음악 연구, 그 해석과 연주에 온 생애를 바친 음악가입니다. 그가 바로크 음악, 특히 바흐 음악을 필생의 목표로 두고 몰두했던 데는 유년 시절의 환경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독일 프로테스탄트 성직자인 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부터 옛 교회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성장했고요, 십 대 초반에는 드레스덴 성 십자가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에 들어가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음악의 기초를 다졌죠.
라이프치히로 건너가 음악원에 진학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존경했던 바흐의 자취를 느끼며 더욱 깊게 공부하기 원했기 때문입니다. 루돌프 마우에르스베르거, 카를 슈트라우베, 귄터 라민 같은 당대 최고의 교수들을 사사했고, 졸업하던 해인 1949년에는 바흐가 칸토르로 일했던 성 토마스 교회의 오르가니스트가 됐죠.
성 토마스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를 맡고 2년이 지난 후에는 라이프치히를 떠나 뮌헨으로 주 활동 무대를 옮겼습니다. 뮌헨 고등 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성 마르코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인데요. 이 교회의 성가대를 기반으로 해서 바흐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합창단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합창단과 동행할 오케스트라를 1954년 설립하면서, 비로소 뮌헨 바흐 합창단(Münchener Bach-Chor) &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Münchener Bach-Orchester)이라는 이름으로 시스템을 갖추었죠.
이후 리히터는 뮌헨 바흐의 지휘자로 많은 업적을 세웠습니다. 바흐의 굵직굵직한 대작들을 연주하고 녹음하면서 누구나 인정하는 바흐 음악의 권위자가 되었죠. 또한 건반 연주자로서 개인 활동도 왕성히 이어갔는데요.
칼 리히터가 남긴 수많은 바흐 연주 중에서 오늘은 쳄발로 독주자와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모두 보여주는 영상 준비했습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의 1악장입니다. 앞부분만 보지 마시고, 후반부의 쳄발로 독주 카덴차까지 반드시 꼭 들어보세요.
뮌헨 바흐의 지휘자로, 또 오르간 연주자와 합시코드 연주자로 명성을 이어가던 어느 날, 리히터는 갑작스러운 심장 쇼크로 뮌헨의 한 호텔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바로 41년 전 오늘, 1981년 2월 15일의 일로, 그의 나이 쉰넷이었죠.
리히터의 바흐는 드라마틱한 전개와 규모를 추구하기 때문에 낭만적이라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고 4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 오늘 다시 들은 리히터의 바흐는 그만의 통찰력으로 빛이 나네요. 바흐 해석과 연주에 있어 하나의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음악가로서 칼 리히터의 이름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