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1653) , 프랑스 왕실에서 <밤의 발레>가 공연된 날
369년 전 오늘,
1653년 2월 23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의 쁘띠 브루봉 홀(salle du Petit-Bourbon)에서 <밤의 발레>(Ballet Royal de la Nuit)라는 왕실 발레 공연이 열렸습니다.
<밤의 발레>는 엄청난 제작비용과 수백 명의 인원이 동원된, 온갖 볼거리로 가득한 작품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기록에 따르면, 해 질 무렵부터 다음 날 일출 때까지 장장 열두 시간에 걸쳐 공연됐다고 하는데요. 이 행사를 통해 루이 14세는 태양왕의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당시 열네 살의 소년왕이었던 루이 14세는 직접 공연에 출연해 여섯 개나 되는 역할을 맡아 뛰어난 발레 실력을 과시했다는데요. 특히 ’아폴로‘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태양왕”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냈죠. 이 역사적인 공연은 영화 <왕의 춤>(Le roi danse, 2000) 영화에서도 중요하게 담아냈었는데, 이 장면 함께 보시죠.
'절대 권력'의 상징으로 서양사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루이 14세이지만, 위 동영상에서도 드러나듯 하지만 그 시작은 미약하고, 위태로웠습니다. 부왕 루이 13세가 세상을 떠나고 그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을 때, 루이 14세는 여섯 살짜리 어린아이에 불과했고, 왕이긴 했지만 그에겐 실권이 없었습니다.
모후인 안 도트리슈가 섭정을 맡았는데, 나랏일을 거의 모르는 그녀는 애인인 이탈리아 출신의 재상 마자랭에게 전적으로 의존했죠. 설상가상, 귀족 간의 권력 다툼이었던 ‘프롱드의 난’까지 일어나면서 소년왕 루이 14세는 파리에서 쫓겨나 지방을 전전했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목숨의 위협까지 받으며 왕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상황을 뼈저리게 겪은 루이 14세는 기필코 왕권을 강화하리라는 다짐하게 되는데요.
5년 만에 파리로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권력은 어머니와 재상 마자랭이 쥐고 있었고, 루이 14세에게 주어진 권한이란 춤과 음악을 즐기는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밤의 발레> 공연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바뀌게 됩니다. ‘태양왕’의 이미지를 얻게 된 루이 14세는 정적을 물리치고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춤과 예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했습니다. 막대한 국고를 예술에 쏟아부으며, 춤이 있고 여흥이 있는 곳으로 권력을 집중시켰습니다.
이렇게 루이 14세와 프랑스 정치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밤의 발레>는 369년 전 오늘, 1653년 2월 23일 초연 이후 다시 무대에 올려지지 않았는데요. 2017년 세바스티엥 도세(Sebastien Daucé)가 이끄는 앙상블 코레스퐁당스(Ensemble Correspondances)가 여러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재현한 공연 영상이 있어 공유합니다. 세 시간이 넘는 긴 영상인데, 저도 아직 끝까지 다 못 봤습니다. 함께 도전해보시죠.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