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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tha Mar 11. 2022

스무 살 청년, 100년 잠자던 음악을 깨우다

3월 11일 (1829),   바흐의 <마태 수난곡> 첫 부활 연주회

193년 전 오늘, 

1829년 3월 11일은 

J. S. 바흐(1685-1750)의 <마태 수난곡>이 거의 100년 만에 다시금 무대에 오른 날입니다.      


지휘자는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청년 멘델스존(F. Mendelssohn, 1809-1847)이었고요. 연주는 멘델스존의 스승 첼터(K. F. Zelter)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던 베를린 징아카데미(Singakademie)가 맡았죠. 


저녁 6시, 징아카데미 홀, 건반 연주자 겸 지휘자로 나선 멘델스존을 필두로 150여 명의 합창단원, 30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 여덟 명의 솔리스트가 무대 위로 올랐습니다.  그 첫 곡 합창 ‘오라, 딸들아, 나와 함께 울어다오’(Kommt, ihr Töchter, helft mir klagen) 들어보시죠.  


https://youtu.be/VW1vQTx1EhA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여는 첫 곡 '오라, 딸들아, 나와 함께 울어다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은 1729년 이후로, 사실상 연주자들의 무대 레퍼토리에서 사라졌었습니다. 청중들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렵고 지루한 음악으로 여겨졌기 때문인데요. 멘델스존은 10대에 이 작품을 접하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스승 첼터의 반대를 무릅쓰고 악보를 구해 연습하기 시작했죠.    


그리하여 마침내 193년 전 오늘, <마태 수난곡>을 무대에 올리며 지휘자로서 데뷔했는데요.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이날의 연주는 천 명이 넘게 온 청중을 감동시키며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열흘 후인 3월 21일 바흐의 144주년 생일에는 두 번째 연주가 성사되었고요, 4월에는 멘델스존의 스승 젤터의 지휘로 세 번째 연주가 성황리에 열렸죠. 이렇게 되자 바흐의 <마태 수난곡> 연주는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 전역에 ‘바흐 다시 보기 운동’이 이어지게 됐고요. 오늘날까지 <마태 수난곡>은 바흐의 작품 중 가장 심오하고 이상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특히 그리스도교 교회력으로 사순 시기에 해당하는 3-4월 중에 자주 연주되고 들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전체 연주 시간 세 시간이 넘는 대작인데요. 올 3월에는 <마태 수난곡> 전곡 감상에 한 번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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