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퇴사를 추억하며 써보는 손흥민 선수 헌정글
컨설턴트 시절, 감사히도 잘 진행되었던 두 번째 프로젝트를 마칠 때 즈음 나는 프로젝트를 함께한 모든 팀원들에게 작은 핸드크림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담은 포스트잇을 준비해 선물한 적이 있었다.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인원이 열댓 명은 되었기에, 혹여 한 명이라도 빼먹을세라 졸린 눈으로 모든 이들의 이름을 체크해 가며 선물을 준비하던 늦은 밤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꽤나 고생스러운 프로젝트였지만 그 성장통으로 내가 비로소 전보다 나은 컨설턴트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왔기에, 그 성장통과 고생을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해준 동료들에게 작게나마 꼭 보답하고 싶었던 고마운 심정을 말이다.
다음 날이 되었고, 사실 프로젝트 종료만을 이유로 감사의 선물을 돌리는 문화는 컨설팅업에 잘 없기에, 내 선물을 받은 동료들은 너무나 기뻐해주었지만 놀란 기색도 숨기지 않았다. 한 분이 이게 뭐냐고 물어보시기에, 나는 대답했다. "선물이에요. 제가 좀 촌스러운 사람이라서, 이렇게라도 보답하고 싶어서요"
손흥민 선수는 화려한 축구 커리어 뿐만 아니라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하기까지 한 그야말로 '힙한' 선수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의 가장 큰 매력이 '축구를 사랑하는 촌스러운 마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와, 축구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곳에서 축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까지. 자신이 사랑하는 이 모든 것에 자신을 연결시켜준 토트넘이라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그의 마음은 오직, 촌스럽게도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의 표정을 단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그가 토트넘과의 이별을 알렸다. 아직 우리는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맞지만,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을 보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하니 아쉽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번리전 원더골과 골든부츠 수상 같은 '그의 것인' 기록이야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을 테니 아쉽지 않지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유로파 우승까지 '토트넘의' 주장이자 '토트넘 레전드'로서 그가 이루어냈던 기록이 더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나에겐 더 슬픈 일이 될 것 같다.
내가 컨설팅을 그만두고 새로운 업을 찾아 떠날 때, 동료들은 물론 아쉬워해주었지만 그보다는 더욱 크고 많은 축하의 인사를 건네주었다. 어떤 후배는 내가 새로운 회사와의 계약서에 싸인할 때 꼭 써달라는 말과 함께 만년필을 퇴사 선물로 전해주기도 하였고, 다른 후배는 "앞으로도 더욱 빛나는 걸음 되시길", 이라는 문구가 각인된 명함꽂이를 선물로 주기도 하였다. 사실, 정들었다는 말로도 부족하고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해야 마땅할 그 회사를 퇴사하는 나의 마음은 마치 세상이라도 끝나는 듯 무언가 무너진 것 같았는데, 내 세계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더욱 꽃길을 걸을 수 있을 거라며 사람들은 나를 한없이 축복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로, 그들이 말해준 대로 아주 잘 지내는 중이다.
뉴캐슬과의 오늘 경기. 후반 20분 정도였을까, 손흥민은 고별전에서 마침내 교체아웃되었다. 하지만 한참을 그라운드에서 떠나지 못하던 그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보자면, 내가 퇴사하던 때 느꼈던 세상 무너지는 심정과 유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마치 퇴사하던 나를 내 동료들이 축복해주었던 것처럼, 우리 모두는 그저 손 선수의 넥스트 스텝을 진심으로 축복할 그뿐이다. 그러니 손 선수, 부디 "앞으로도 더욱 빛나는 걸음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