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연주하며 달라진 내 모습_위드피아노 더피아노챌린지
'힘 빼기의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언젠가 글을 썼던 것만 같은데 찾아보니 그런 글은 없다. 동명의 에세이를 너무 재밌게 읽어서 헷갈렸던 걸까? 충분히 헷갈렸을 법도 한 것은, 다시 피아노를 시작한지 3년 차인 요새 나의 주된 키워드란 다름아닌 '힘 빼기'이기 때문이다.
다른 곡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손가락을 쭉쭉 뻗어 옥타브를 넘나들어야 하는 '즉흥환상곡'을 연습하는 동안 내 손에서는 특히나 힘이 빠질 줄을 몰랐다. 솔직히, 지금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솔#에서 곧장 다음 옥타브 솔#을 눌러야 하는데,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사실, 힘을 빼지 못하는 것은 비단 피아노를 치는 나의 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특히나 피아노를 치기 전까지의 나는 365일 24시간 동안 어김없이 온몸과 마음에 힘을 잔뜩 주고 사는 사람이었다. 단 1분 1초라도 힘없이 흐리멍텅하게 지내면 모든 게 어그러지고 정말 큰일이라도 날 듯이, 나는 매순간 긴장했고 매번 경직되어 있었다. 힘을 빼지 않는 것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사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여겼다. 하여 모든 이의 말을 빠짐없이 새기려 노력했고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했다.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과 공간을 또박또박 내 것으로 만들려면, 힘을 빼고 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여겼다.
피아노 건반도 그렇게, 한 음 한 음 최선을 다해 잔뜩 힘주어 눌렀다. 뭐 모든 음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닐 테지만......
아라 씨, 늘 모든 일에 진심을 다하죠?
진심을 다하는 건 너무 좋지만, 가끔은 대충 넘어갈 줄도 알아야 해요.
다섯 손가락 모두를 늘 긴장 상태로 만들며 피아노를 치는 습관으로 내 손에 무리가 갈까봐 걱정하신 선생님이 알려주신 건 다른 테크닉이 아니라, '대충'의 필요성이었다. 모든 음에 최선을 다하려고 손을 긴장시킨 채 건반을 꾸욱꾸욱 누르는 습관은 안타깝지만 멜로디에도 결코 도움되지 않을 뿐더러 손목에 무리까지 오게 하는 최악의 연주 방법이었던 것이다. 매순간 극도의 노력을 기울이며 지나친 열일과 갓생 살기에만 매진하던 삶의 태도가 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리하여, 피아노를 다시 시작한지 3년 차인 나의 주된 키워드이자 무려 삶의 주제가 된 것은 다름아닌 '힘 빼기의 기술 익히기'이다. 진정으로 온 마음 다해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건반을 누르는 한 손가락 외의 다른 손가락에는 힘이 빠져있어야 한다는 것. 나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내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내가 지속가능한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적당한 긴장 만큼의 여유를 가지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물론 오늘자 즉흥환상곡 연주에서도 특히나 양손 새끼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간 탓에 온갖 실수를 기어이 저지르고야 말았다만, 괜찮다. 연습할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았으니, 나의 연습은 계속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