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글

by 아가줌마


그래요, 나도 알고 있어요. 내 글이 다소 뒤죽박죽이라는 걸요. 얼떨결에 연재를 하게 되었지만 사실 전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없었답니다. 아마 글에 대해서라도 조금의 계획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아프고 망가지지 않았겠죠. 희망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까 연재 글이라서 처음부터 반들반들하게 잘 정돈된 내용을 바라거나 목차를 곰곰이 살펴본 후 정주행 같은걸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애당초 포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나의 글들은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글들이니까요. 혹여나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이 있다면, 미리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글은 독자를 위해서, 독자를 고려하여, 독자에 대해 써야하는 것이겠지만 미안하게도 나의 글들은 그 반대입니다. 나의 글들은 처음부터 원고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젖은 수건과 눈물에 흠뻑 젖은 휴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앉으나 서나 눈물이 줄줄 흐르고 그 때문에 온통 물바다에 빠진 것 같이 하루하루가, 매 순간이 너무나 무겁게 흐르던 시간.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느라 휴지, 수건, 옷 등을 전부 써버렸지만 눈물을 감당할 수 없었고, 기어코 닥치는 대로 원고지를 잡고 눈물의 물길을 빼주어야 했습니다. 무슨 눈물인지, 울다보면 왜 우는지조차 모를 시간들. 마치 한겨울의 시커먼 바다 위에 표류하고 있는데, 앞이 보이지 않게 폭우가 쏟아져 사정없이 비를 맞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비인지, 눈물인지, 바닷물인지 모르겠지만 그 구분조차 할 여유가 없는 마냥 서러운 시간들이었어요.


헤어진 애인을 잊기 위해 셀프 이별 의식도 해보고, 유투브에서 하라는 각종 이별 극복 방법을 다 해보았고, 떨어진 자존감을 챙겨보려고 감사일기도 써보고, 머리도 바꾸고, 새로운 취미도 들이고, 잔뜩 먹어보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요. 분명 사십 이전에는 전부 통했던 방법이었는데, 이런 의식들도 나이를 먹으면 내성이 생기는 것 같았죠. 또 매일 정성들여 명상도 해보았어요. 하지만 결국 악몽에 시달리고, 불면의 밤이 이어지고 결국엔 공황발작으로 이어졌어요. 모든 게 통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정말로 어떤 시점에는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그런 때가 오더군요. 그래서 결국 저는 스스로를 건져 올리기로 결심했어요. 사십 이전에 했던 방법들은 전부 잊어버리고, 새롭게 스스로를 구제해 보기로 했어요. 어차피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스스로를 위로하기 시작했어요. 스스로 제 이름을 부르며 말하는 게 여간 어색한 지라, 대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슬픔을 노래하는 거창한 서사글을 쓰려고 했지만 이 생각에 갇혀 한 글자도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머릿속에서 끓어오르는 생각의 거품들을 하나씩 걷어내는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거품을 걷어내다 보면 진짜 내용물이 뭐였는지, 얼만큼 남았는지 선명해 보일테니까요. 그래서 하루 딱 A4 1장 분량의 글을 씁니다. 글은 길을 걸으며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이기도 하고, 아무 생각이 없는 날은 그저 컴퓨터를 켜자마자 술술 나오는 고백이기도 하고, 자기 전 내일 글로 써야지 하고 작정한 다짐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글을 쓴 지 몇 달이 되어가네요. 처음엔 상처를 덧댄 거즈같은 나의 글들이 혹여 여러분들을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닐지, 이런 글들을 공개해도 될지 얼마나 망설였는지 몰라요. 그래도 이렇게 상처를 톡, 하고 터뜨리는 것이 그동안 꽁꽁 싸매 갈 곳 없이 불어 터진 내면을 흘려보낼 방법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조금씩 방류를 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내면에 새로운 공기가 들어오다 보면 어느 순간엔 와르르 하고 내면의 둑이 터져버리길. 그러면 아마도 내 안의 즐겁고 밝고 유쾌한 내면들까지 다 흘러나와 여러분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네요. 우리 모두는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볼 수 있는 아주 좁은 눈을 가지고 있으니 나의 좋은 면도 여러분의 좋은 면도 서로 알아볼 수 있을 때까지 더는 아프지 않게, 죽지 않도록, 서로를 잘 붙들어주길 바라면서요.


어쩔 수 없는 글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비록 연재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새 살이 솟아나듯이 새로운 글들이 다른 작품으로 또 나올 것입니다. 저로서는 어쩔 수 없으니 말이죠. 그럼 다음 작품에서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이 작품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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