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OOO팀 OOO입니다.
꿈과 목표는 분명 다른 의미다.
내가 목표와 꿈을 나누는 기준은 이랬다.
목표는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세우는 계획
꿈이란? 인간의 생각으로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꼭 이루고 싶은 무언가..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이미 꿈을 이룬 사람이다.
지방대, 신방전공, 광고를 하겠다 맘먹은 대학 2학년..
'나의 꿈은 언젠가 꼭 우리나라의 1등 광고대행사,
내가 공모전 접수를 하는 이곳에서 일할 거야! '
목표라기보다 꿈에 가까웠다.
사실,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그 꿈을 떠올릴 새도 없이 직장인의 삶을 바쁘게 살아냈다.
그런 내가 인터뷰를 위해 제일기획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잊고 지내던 나의 꿈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 꿈이..
이뤄졌구나.
선배의 제의로 마지막 대행사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한 시점은
이직하기에 적당한 시기는 아니었다.
아니다, 굳이 이직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해야 더 맞을듯하다.
선배님의 부름으로 갑자기 시작된 이직에 대한 결정은
곧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담당하고 있는 광고주와의 관계
우리 셀의 후배들
그 당시 팀 내 다른 구성원들의 이동이 잦았던 상황
모든 일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나는 단 한 가지만 떠올렸다.
"그래, 다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와 일할 수 있어."
매우 이기적이고 단순한 이유긴 하지만
나의 맘은 이미 이직하는 것으로 맘이 기울고 있었다.
팀장님 - 최인아 부사장님 - 김낙회 대표님의 인터뷰를 차례로 거치며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겨야 할 이유는 더욱 명확해졌다.
뛰어난 선배들과 엄청난 후배들이 가득한 이곳.
광고하는 삶이 거의 막바지라고 생각했고
제일기획에서 일하고 싶다던 꿈도 희미해진 상황에
이렇게 나의 새로운 일이 시작되는구나!
그렇게 이직 사이의 휴가도 없이 바로 이태원으로 출근했다.
제일기획은 입사 첫 주에 사내 교육을 받는다.
새로운 회사 적응을 위한 전반적인 안내를 받는 시간이다.
사내시스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 등등
여러 가지를 교육하는데
교육의 마지막 일정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력입사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내용이었는데,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봐왔던 담당자의 조언.
"초반에 자신을 너무 다그치치 마세요.
경력으로 입사하신 분들이 빠르게 결과를 내고자 너무 무리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면 초초함과 불안함으로 오히려 실력 발휘를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뉴커머가 이 회사에 적응하는 시간은 평균 2년 정도 걸린다고 해요.
천천히 자신만의 페이스를 잃지 마시고 빠른 결과를 위해 무리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능력을 펼치시기 바랍니다."
서로 다른 특성의 대행사로 이직을 몇 번 해봤지만
각각의 회사가 가진 특성은 천차만별이다.
내가 몸담아온 몇몇 회사도 마찬가지로 분위기와 일하는 방식, 구성원들의 생각 등..
모든 게 다 달랐다.
특히, 제일기획은 내 생각과 매우 다른 곳이었다.
기대와 설렘으로 제일기획에서의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내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존경하는 선배와 다시 한번 함께 일하고 싶은 맘에 선택한 이직이었는데,
단지 그 이유뿐이었는데....
그 선배는 내가 입사하자마자 개인사정으로 회사를 쉬게 된 것이다.
운명의 장난인가?
이 낯선 곳, 아직 어색한 프로님이라는 호칭.
대한민국 최고의 브레인들이 모여 쟁쟁한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이곳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몇 번의 이직을 경험한 나였지만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위한 워밍업은 필수다.
사내, 팀 내 분위기 파악부터 여러 가지 낯선 시스템을 익혀야 하고
무엇보다 새롭게 맡는 광고주와의 미팅도 시작해야 했다.
선배는 이전 회사 잘 다니던 날 왜 불러서
이런 곳에 혼자 두고 사라진 건지...
원망하는 맘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시점.
당황할 겨를도 없이
SVP(Samsung value program)로 불리는 경력교육도 미룬 채
바로 현업에 투입되며,
11년간의 기나긴 제일기획 생활이 시작되었다.
11년간 내가 쓴 모든 문서는 제일기획 oo팀의 공식적인 문서이며
제일기획 구성원이 작성한 내용으로 발송된다.
그렇기에 더욱 높은 기준을 나 자신에게 적용했다.
훗날 팀장으로서 팀원들에게 늘 강조했던 점이기도 하다.
광고주에게 전달되는 모든 문서는 구성원으로서
대행사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충이 안 통하고
큰 책임감을 지닌 모든 구성원이 밤낮없이 일한다.
광고를 즐기고 좋아하는 수많은 실력자들이
오랜 시간 그곳에서 일했고
지금도 일하고 있다.
이 사람들로 인해 제일기획은 움직인다.
나 역시,
제일기획 OOO팀 OOO이었던 시절의
11년을 다시 떠올려보니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