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마을로 가서

by KAKTUS

사랑에 대해 아무런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우리는 외투 하나를 챙겨 낯선 마을로 갈까요


운하가 있는 마을이면 좋겠어요

누군가는 어떤 얼굴을 잊기 위해

물 옆에 난 길을 걸었을 테니까


수면에 비친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

아무 것도 모르던 그때처럼

우리는 양지 바른 곳에서 열리는 로컬 전시회에 갈까요


그곳에서 로컬 아티스트의 낯선 색채를 바라보기로 해요


그가 어떤 방식으로 불안함을 껴안았는지

가만히 작품 앞에 서기로 해요


너그럽지 못했던 청춘의 밤을 꺼내놓으면

낯선 로컬 아티스트가 모자란 부분을 채우겠지요


우리는 채색된 밤에 외투를 덮어주기로 해요

물안개가 피어올라 조금 쓸쓸해도

감정을 여미지 않은 채 돌아오기로 해요


낯선 마을에 외투를 두고 오면

사랑의 말들이 생각나지 않을 때에도

사랑은 그곳에 있을 거예요


너그럽게, 당신을 기다렸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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