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목소리를 갖기 위하여

by KAKTUS

지금 이 순간 사랑한다고 말해도 될까

그래도 나, 괜찮은 걸까


사랑이 두려운 사람들에게는

모든지 언저리 즈음만 괜찮아

중심은 좋지 않아

중심에 다다르지 않은 길목,

어느 변두리 즈음이 적당해


중심은 따뜻하게 가운데를 관통하려 하거든

허락도 없이 찰나의 순간

마음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려 하거든


어차피 상처로 남게 될 것들

가로질러 떠나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면서


그들에게 중심은 결국 바스러질 재일뿐이야


전부라 여겼던 몇 개의 세상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은 거부하는 법을 배워


오지 않은 미래에 움츠러

앞서 나간 약속들이 다 헛되게 느껴지지

지켜지지 않은 것들은 결국

두려움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해


혹여라도 중심일까 봐

오래 새겨질 중심일까 봐 두려웠던 거야

기다렸던 만큼 늦추고 싶었을 거야

정말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거야


중심일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사건,

그 연에 명랑한 목소리를 내보았겠지


명랑한 목소리를 갖기 위하여
어떤 폐허를 삼켰는지
얼마나 깊은 슬픔을 가라앉혔는지

혹시 알고 있니


시간의 겹들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야

누구에게나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지


미세하게 슬픔을 기록하고

아득함으로 문지르는 영역대


그들은 시간의 겹들을 뚫고 피어난

명랑함을 금방 알아차려

입꼬리에 폐허의 터가 묻어 있거든


중심을 바라고 바라지만

중심을 세울 수 없는 그런 곳이


명랑한 목소리를 갖기 위하여

우리는 얼마나 중심을 바라 왔니

얼마나 나지막이 이 사건을 기다려 왔니

사랑한다는 말이 터져나오는 이 환희를


언저리의 땅을 짓이기고

슬픔을 아득하게 뭉뚱그리며

이제 그만 두렵고 싶었을 거야


언저리에서 중심으로 나아가고 싶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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