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가방을 이고 막차를 타기 위하여 도서관을 나섰다
건널목에서 발을 구르며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렸다
잰걸음으로 버스를 붙잡으려 했지만 놓쳐버렸다
고개를 돌려 버스가 몰려간 자취를 바라보았을 때 알 수 없는 바람이 일었다
그때, 정류장에 서있던 낯익은 계절의 얼굴
꼭 내게로 올 것만 같았던 기시감
나는 얇은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또 하나의 계절이 오는 길목에 나가보지도 못한 채
그저 나의 온기를 지키기 위해서
아주 소극적인 방법으로 나를 지키기 위해서
성실하게 무거운 가방을 이고
늦은 시각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일상이
나는 참 지루한 시간의 연속이라 생각했는데
문득 계절은 나에게 얇은 목도리를 둘러 주었다
따뜻하고 설레게
내가 고개를 돌려 보았던 시간, 문득
사랑을 정리하는 시간이 문득인 줄 모르고 살았다
생활의 어디쯤 숨어 있다, 그 시간은 문득 우리에게로 끼쳐오는 걸까
이렇게 문득 매듭지어지는 시간이었다면 조금 덜 열심히 살 걸
조금 더 나를 내버려 두고 가방도 털털 비우고 가볍게 돌아다녀 볼 걸
조금 덜 열심히 잊어볼 걸
나의 길었던 하루들은 문득이란 시간을 위한 것이었다
애태우며 버스를 놓쳐버린 그때
그때, 잠시 지나간 사람을 생각해 보았지만 불현듯 아프지 않았다
그 자리에 맴돌던 싸한 바람의 정체, 혹 당신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