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KTUS Sep 30. 2019

때로는 무제로 남기도 한다

이름 붙일 수 없 시간을 흘러왔다


시계엔, 달력엔

내가 보낸 시간이 없었다


순간을 향해 뻗는 두 팔,

문득 올려다 본 하늘,

아직 나지 않은 길에 찍힌 발자국,

사람들의 귀한 열망을 담은 눈동자,

편평하게 가만히 눕고 싶은 마음


그것이 나의 시간의 전부였다


이름도 없고 길도 보이지 않았지만 충만했다


순간은 보란듯 숨을 쉬었다


밤이 새벽에게 온몸을 기울이듯이

흔들리며, 타오르며, 사그러들며, 사라질 것 같았으나

결국엔 길을 잃지 않는 것처럼 유연하게 흘러 여기에 왔다


때로 사랑이 너무 많으면, 무제로 남기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자였던 시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