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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Apr 28. 2019

여행자였던 시절

나의 빛나는 청춘의 한 시절

한 마디가 당신 앞에 놓여져 있습니다


이제 애타고 부끄러웠던 시간은 사라졌습니다


어린 날의 빛이란 참 이상하지요


가장 어리석고,

진정 자신을 아끼지 못하던 시간에게

가장 푸르른 공간을 내어주어요


내부의 소음을 참기 어렵던 마음을

가장 크고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고요


돌이켜 보면, 다시 없을 생기만 남기지요


꼭 긴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습니다

정처 없이 두 발로 걸어다녔습니다

가끔은 목적지를 잊은 채, 자신을 잃어버리겠다는 투로


그리고 나는 

단순하고,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형태로 

여기에 남았습니다


그동안의 시간은 당신에게도 그러했나요?


음음음


그 시절의 이야기는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스스로 나지막이 노래가 되는 것이라

당신 앞에서 나는 봄바람을 흥얼거립니다


어딘지 모르게 약간 씁쓸한 맛이 났습니다


당신이 건네주었던 안녕의 맛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냉정한 마침표처럼 느껴졌던 그 말


서운함을 감출 수 없어

몇날 며칠을 들끓어야 했던 안녕의 맛


그후로 안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 난 이제야 여행에서 돌아온 것만 같을까요


돌아가고 싶은 날은 없습니다

지금 내 앞에 놓인 순간이 제일 좋습니다

여전히 푸른 형태의 이 순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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