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운데에 누군가가 껴놓은
편지를 발견하는 일은
어느 정도 기적이다
꾹꾹 힘을 주어 쓴 진정성이
외면받지 않았다는 것
꼭 나에게 발견되어
별안간 순간을 멈추고
이렇게 눈시울을 적시울 수 있다는 것
그게 얼마간 기적이라고 믿게 되는
나는 무엇에 겨운 것일까
당신이 사랑의 의지를 다시 켜겠다고 써놓았을 때
나는 아무도 모르게 방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울었다
당신이 길을 잃었다고 했을 때도
나오지 않았던 울음이었는데
어째서
당신이 껴놓은 문장이 바람되어
나에게 왔다
참을 수 없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