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조금 늦게 밤이 찾아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씻고 나와
거울을 보다가 마음이 호젓해졌습니다
노트를 펴고 가만가만
이십사절기의 이름을 하나씩 적어 내려 갔던 날이 생각났습니다
신비롭고 저절로 수긍하게 되는 마음이 일었던 기억
당신과 나 사이에도 스물네 개의 절기가 있다면,
눈이 녹고 볕이 따가워지고 빗방울이 맺히는 것처럼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는 것도 모른 채로요
당신이 절실하지만
오늘은 당신의 시간을 훔치고 싶지 않습니다
봄밤이 내려앉아 조용히 누워
외따로 물들고 싶습니다
욕심 내지 않고 그저 안부를 묻기에 좋은 그런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