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설원을 걷는다
여름의 이름은 땀방울이 흐르는 평원이었다
결말이 없는 눈 속으로 간다
최대한 평형을 유지한 채 나체가 속도인 것처럼
이제 결말이 이상한 것쯤은 제법 익숙하다
나에게서
하얀색인 것들은 가만히 있으라
2.
아무도 없는 방이
나의 기척도 느끼지 못하고
쓸쓸히 노래를 부른다
⏤ 문득 방의 나이를 묻는다
3.
밤이 방을 찾아왔다
눈 내리는 밤의 민낯이 거울에 비친다
밤은 그림자마저 두고왔다
4.
나는 나체로 눕는다
방은 노래하고 설원은 듣는다
나는 하얀색 슬픔들과 동거한다
설원 속의 평원처럼
5.
설원의 결말은 들개들이 물어갔다
나는 그 들개들을 쫓아간다
그 뒤를 하얀색인 것들이 동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