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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Mar 30. 2017

기억의 반죽이 부푸는 동안

너는 밤마다 방안에서 불을 끄고 요가를 한다고 해


고요히 매트 위에서 숨을 고르고 점점 기괴해진다고 해 

동작이 이상해질수록 가슴이 뻗치고 자유를 누빌 수 있다나뭐라나

고양이가 되어 밤을 훑고 사막의 전갈이 되어 가만히 엎드려있기도 한다지


오래된 부직 코트를 꺼내 입고 버스에 올라

오후 하나를 현기증과 함께 보내고 난 너의 결론은

결코 기억이 가난하지 않다는 것이었어


저마다 가슴 속에 액자 하나씩은 걸려 있었다는 거지

유리에 쌓인 먼지를 슥 지우고 나면 그 안은 무엇이었을까


늘 먼 곳으로만 달려가서 홀로 땀을 쏟던 기억들을 

퍽 안아보고 싶어져서 너는 그날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고 했어


지나간 시간들이 다 한 그릇의 따뜻한 국물로 고여 있는 듯해서

너는 미처 다 먹지 못하고 조금은 남겨두었다고 해 

눈물과 함께― 마침내 


기억의 반죽이 부풀어 너의 기억이 가난하지 않도록 


그날부터 너의 요가는 시작됐어

어둠 속에서 네가 가장 많이 한 일은 

천천히 어둠의 반죽을 더듬는 일이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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