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을 내 방에서 선인장이 죽었다
아주머니는 분명 키우기 쉬울 것이라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선인장은 죽고야 말았다
물을 준 날짜가 어스름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나는 죽은 선인장을 애도했다
한참이나 그의 죽음 앞에 서있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로
애도란 이상한 것이다
충분한 힘을 가하면 도리어 힘이 빠진다
꼭 선인장에게 물이 그러하듯이
이상한 것은 비밀처럼 또 있었다
물을 주려고 하면 나는 왠지 모르게
그가 단식을 선언한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때 불청객처럼 욕망이 끓어
애도의 시간을 비웃는 것은 또 무엇인지!
그래 나는 선인장을 죽였다
키우기 쉽다던 선인장은
그해 가을의 나에겐 아주 어려운 존재였고
나는 뒤돌아 나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
아주 최선을 다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