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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Mar 30. 2017

선인장이 죽었다

그해 가을 내 방에서 선인장이 죽었다

아주머니는 분명 키우기 쉬울 것이라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선인장은 죽고야 말았다


물을 준 날짜가 어스름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나는 죽은 선인장을 애도했다

한참이나 그의 죽음 앞에 서있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로


애도란 이상한 것이다

충분한 힘을 가하면 도리어 힘이 빠진다

꼭 선인장에게 물이 그러하듯이


이상한 것은 비밀처럼 또 있었다 

물을 주려고 하면 나는 왠지 모르게 

그가 단식을 선언한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때 불청객처럼 욕망이 끓어

애도의 시간을 비웃는 것은 또 무엇인지!


그래 나는 선인장을 죽였다


키우기 쉽다던 선인장은 

그해 가을의 나에겐 아주 어려운 존재였고

나는 뒤돌아 나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

아주 최선을 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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